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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비 치솟아 한전·자회사 올 4조 적자…요금 추가 인상 불가피

입력: 2021- 09- 24- 오전 02:31
© Reuters.  연료비 치솟아 한전·자회사 올 4조 적자…요금 추가 인상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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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국전력이 4분기 전기요금을 ㎾h당 3.0원 인상하기로 결정해 다음달부터 4인 가구 전기료가 평균 월 1050원가량 오를 전망이다. 23일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관리인이 각 세대의 전기 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올 4분기에 가정용 산업용 등 모든 전기요금이 인상된다. 전기료가 오르는 것은 2013년 11월 이후 약 8년 만이다. 전기료 인상에 따라 정부의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0원으로 책정해 전기요금을 3분기보다 ㎾h당 3.0원 인상한다고 23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월평균 350㎾h를 사용하는 4인 가구는 4분기에 월 1050원의 전기료를 더 내야 한다. 현재 4인 가구의 평균 전기료가 5만5000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1.9% 인상되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전력 생산비용에 해당하는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3개월 단위로 반영하는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했다. 1분기엔 지난해 국제 유가, 석탄값,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등 연료비 하락 영향으로 전기료가 전년보다 ㎾h당 3.0원 인하됐다. 2분기와 3분기엔 연료비가 뛰었지만 정부가 물가 상승 부담 등을 이유로 전기료를 동결했다.

정부가 4분기 전기료 인상을 허용한 것은 한전이 연료비 상승 부담을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LNG 수입가는 지난해 8월 t당 317.3달러에서 지난달 534.5달러로 70% 가까이 치솟았다. 이 때문에 한전은 올 2분기 76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전은 “연료비 상승에 따라 4분기엔 전기료를 ㎾h당 13.8원 올려야 하지만 규정상 최대 인상폭이 ㎾h당 3.0원”이라며 “향후에도 연료비 추이와 가계 및 기업 부담 등을 종합 고려해 전기료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LNG 발전 의존 높아졌는데

천연가스 1년새 70% 올라…석탄 가격도 3배 이상 상승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을 인상한 것은 2013년 11월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평균 5.4% 올렸다. 이후에도 연료비 상승 등 전기료 인상 요인이 있었지만 정치권과 정부가 선거와 물가상승 등을 이유로 번번이 막아왔다.

이번에 정부가 전기료 인상을 수용한 것은 전기료를 그대로 뒀다는 한전과 자회사의 적자가 올해만 4조원에 이르러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추진된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가계와 기업에 날아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상이 결정된 올 4분기뿐 아니라 내년 이후에도 전기료가 지속적으로 인상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치솟는 연료비한전의 전기료 인상은 ‘연료비 연동제’가 올해부터 적용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수순이다. 연료비 연동제에 따르면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가격을 반영해 연료비 조정단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LNG 수입가는 작년 8월 t당 317.3달러에서 지난달 534.5달러로 70% 가까이 치솟았다. 전력용 연료탄 가격은 지난해 t당 50.66달러에서 이달 들어 186.6달러로 1년 새 세 배 이상 치솟았다. 두바이유는 작년보다 두 배 이상 올라 배럴당 7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연료비 상승분을 반영하면 올 2분기에는 ㎾h당 2.8원, 3분기엔 3.0원의 전기요금을 올려야 했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는 물가상승 우려 등을 이유로 2·3분기 잇따라 전기료를 동결했다.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h당 10.8원으로 계산됐다. 이론적으론 전분기(-3원)보다 13.8원을 더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연료비 연동제 도입으로 직전 분기 대비 최대 3원까지만 변동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어 상승폭이 3원에 그쳤다고 한전은 덧붙였다. ○한전 재무상황 악화

정부가 전기료 인상을 받아들인 것은 악화일로인 한전의 재무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연료비 상승에도 정부가 전기료 인상을 틀어막으면서 한전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엔 지난해 1조9515억원의 흑자를 낸 한전이 올해 3조2677억원의 순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등 6개 발전자회사를 포함한 올해 적자 규모는 4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전의 부채 규모는 지난해 132조4753억원에서 2025년 165조9303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따른 전력망 계통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를 자체 비용으로 구축하는 과제도 안고 있어서다. 이 비용만 앞으로 2년간 1조1202억원에 달한다.

한전의 외부 출연금도 1년 새 여섯 배가량 급증했다. 지난해엔 한전공대 설립을 위한 출연금 384억원을 포함해 총 455억원을 외부 출자했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정상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다 보니 한전의 적자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날아오는 탈원전 청구서문재인 정부의 ‘묻지마 탈원전’ 정책의 청구서가 날아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기료 인상 배경에는 LNG발전이 늘어난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는 원전의 발전량을 대체하기 위해 신재생과 LNG발전 비중을 늘리고 있다. 특히 발전량 변동성이 큰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LNG발전의 역할은 점차 커지는 추세다.

하지만 LNG는 발전단가가 비싸고,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가격을 통제하기도 힘들다. 지난달 기준 LNG의 ㎾h당 정산 단가는 141.9원으로 40원인 원자력의 세 배 이상이다. 값비싼 LNG 발전이 늘어나면 전기료 생산에 들어가는 연료비도 치솟는 구조다. 연료비 산정 기준이 되는 계통한계가격(SMP)이 1년 새 50% 가까이 껑충 뛴 까닭이다.

정동욱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신재생이나 LNG 등 발전단가가 높은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탈원전에 따른 비용이 얼마인지를 정확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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