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 불확실성' 지운 美 증시…이젠 '금리인상 시점'에 촉각

입력: 2021- 08- 30- 오전 03:13
© Reuters.  '테이퍼링 불확실성' 지운 美 증시…이젠 '금리인상 시점'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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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지난 27일 잭슨홀 연설에서 연내 테이퍼링을 공식화했다. 다만 금리 인상 여부는 테이퍼링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이 발언하는 모습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니터를 통해 중계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중앙은행(Fed)을 이끄는 제롬 파월 의장이 연례 경제 정책 토론회인 잭슨홀 미팅에서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 발언을 내놓으면서다. 그는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착수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기준금리 인상은 아주 먼 얘기”라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금리 인상 멀다”…축포 쏜 나스닥파월 의장은 지난 27일 화상 연설을 통해 “월 1200억달러인 자산 매입 속도를 올해부터 줄여나가는 게 적절할 수 있다”면서도 일정표를 제시하진 않았다. 또 “고용과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상황에 따라 테이퍼링 시점을 늦출 수 있음을 시사했다.

증시를 끌어올린 건 금리 관련 발언이었다. 그는 “테이퍼링에 나서더라도 금리 인상 신호로 보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기준금리 인상 조건이 테이퍼링과 다른 데다 훨씬 엄격한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란 얘기다.

Fed는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춘 데 이어 같은해 6월부터 매달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물가와 고용 수준이 목표치를 향한 ‘상당한 추가 진전’을 이루면 테이퍼링에 나서고, 목표를 실제 달성하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게 Fed 입장이었다. 목표는 장기 평균 2%를 완만하게 초과하는 물가와 최대 고용(실업률 3.5~4.0%)이다.

파월 의장은 다만 “완전 고용에 도달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며 금리 인상 시점이 가깝지 않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도 ‘일시적 급등세’란 기존 시각을 유지했다. 그는 “물가가 장기 관점에서 2%에 도달한 것인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했다.

Fed가 주시하는 물가는 소비자물가(CPI)가 아닌, 개인소비지출(PCE) 근원 가격지수다. 이 지수는 올 4월부터 3.0%(전년 동기 대비)를 돌파했다. 특히 지난달엔 3.6% 상승해 1991년 5월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월 의장은 “경제 재개의 영향을 받은 중고자동차 등 특정 상품과 서비스 때문에 물가가 뛰었다”며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사라지면 다시 완화될 것으로 봤다. 물가를 이유로 섣불리 금리 인상 카드를 쓸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파월의 발언 후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0.69% 상승한 35,455.80, S&P500지수는 0.88% 뛴 4509.37, 나스닥지수는 1.23% 오른 15,129.50으로 마감했다. S&P500이 4500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나스닥지수도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매파들은 “내년 말 금리 올려야”파월 의장이 조기 긴축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시장의 관심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Fed 내 일부 인사는 내년 말 금리 인상 필요성을 제기하며 매파적 시각을 나타냈다.

통화정책 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참석하는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테이퍼링을 10월에 시작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내년 말 첫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2023년 두 차례 인상’을 예고했던 지난 6월의 Fed 점도표보다 앞당긴 전망이다. 또 테이퍼링을 일단 시작하면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하며, 내년 1분기 종료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6개월 만에 테이퍼링을 끝내려면 매달 200억달러씩 채권 매입액을 줄여나가야 한다. 테이퍼링 이후엔 금리 인상을 논의하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방은행 총재도 “내년 말이나 2023년 초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시장에선 금리 인상이 더 천천히 이뤄질 것이란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날 벤치마크로 쓰이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의 올해 말 전망치를 종전 연 2.0%에서 1.55%로 하향 조정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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