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초단타 노리세요. 서울서 큰 손 내려갑니다" (오픈채팅방 A) "초피 4300, 4000에 두 건 거래됐어요" "코인처럼 오르네요" (오픈채팅방 B)
지방의 민간임대 주택을 청약한 뒤, 임대권에 웃돈을 받고 되파는 투자가 성행하고 있다. 기존 아파트 분양권 시장으로 규제가 집중되자, 가이드라인이 없는 민간임대로 수요가 옮겨갔기 때문이다.
'장기일반 민간임대' 아파트는 아파트를 소유하지 않고 임대를 주는 형태로, 우선 분양권 또한 의무가 아니며 공급 당시 분양가도 확정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입주 전 명의변경이 가능한 점을 들어 '무한 전매'로 광고하는가 하면, 양도세·취득세가 없는 투자 상품으로 소개하는 경우도 포착되고 있다. 계약금을 내지 않고 하루 이틀 만에 매도해 프리미엄을 노리는 '초단타' 거래도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충북 청주의 8년 민간임대 아파트 '오송2차 대광로제비앙 그랜드 센텀'(오송2차)은 1,615가구 모집에 18만4,192건의 청약이 접수되면서, 114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반면 민간분양 아파트인 '오송역 파라곤센트럴시티'(1,008가구)의 경우 1순위 청약 경쟁률이 7.25대 1을 기록했다. 두 단지는 불과 도보로 10여 분 거리에 있지만, 청약 성과는 현저히 달랐다.
청약 문턱이 낮은 민간임대 아파트는 기존에도 실수요를 중심으로 인기가 많았지만, 최근 투자 수요까지 유입돼 청약 경쟁률이 치솟는 추세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에 규정된 '장기일반 민간임대주택'은 당첨돼도 임차가 가능할 뿐 아파트 소유권은 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임차인이 '임대권'을 매매(전매)하고, 프리미엄을 붙여 거래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임대주택은 아파트 분양권과 달리 양도세·취득세·종부세 등을 내지 않아도 되고, 전세보증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시세차익'이라는 요건을 갖췄다. 투자 위험성이 상당히 높음에도 '로또 분양'과 유사한 점을 활용해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 공인중개업소는 "작년에 공급된 A민간임대가 잘 되면서, 이번 B단지에도 투자자들이 몰렸다. 프리미엄은 대략 5,000만원 정도"라면서 "민간임대가 이 정도라면, 만약 일반 분양이었다면 2억원대는 됐을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주 청약한 C단지는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생각보다 초피(계약 전 웃돈)가 많이 붙지 않았다"면서 "2,000만~2,500만원"이라고 전했다.
전국 민간임대 매물을 취급하고 있다고 홍보 중인 다른 공인중개업소는 "B단지는 9층 이상은 프리미엄은 6,000만원부터 시작한다. 로열동·로열층은 프리미엄이 6,500만원"이라면서 "분양하는 시행사 측에 알리지 않아도 거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외 블로그 또는 오픈채팅방에서는 당첨된 물건을 인증거나 중개인의 연락처를 공유하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민간임대 아파트 또한 청약 문턱을 높이는 추세다. 오송2차는 충북과 세종시 거주자만 청약할 수 있고, 입주 전까지 최대 5회만 명의변경이 가능하다. 입주 이후에는 다른 임차인을 받는 전대가 금지되며 임차권을 가진 사람만 입주할 수 있다. 또한 우선 분양전환권 의무도 없다. 앞서 공급된 오송1차보다 강화된 조건이지만, 그럼에도 투자 수요는 형성되고 있다.
실제 전국 곳곳에서 민간임대주택은 청약했다 하면 세자릿 수 경쟁률이 나오고 있다. 이달 충남 서산시 성연면에 공급된 '서산테크노밸리 예다음'은 평균 162 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안성공도센트럴카운티(297대 1), 신안산 모아엘가 비스타 2차(186 대 1), 안중역세권 지엘하임스테이(286대 1) 등도 평균 경쟁률이 세 자릿수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결국 후발 매수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민간임대는 민특법상 분양 우선권이 의무가 아닐뿐더러, 분양가도 확정되지 않았다. 또한 공공임대와 달리 분양가, 분양 대상자, 분양 시기 등도 추후 사업 주체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로또 분양에서 나오는 양태가 그대로 나오고 있다. 임대 아파트는 인근 시세보다 저렴하게 보증금을 책정하게 돼 있는데, 가격 규제가 가진 부작용"이라면서 "공급자보단 수요자들이 투자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있는 것은 8년 뒤 분양할 때 임차인이 우선 분양권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민특법에 따르면 임대 기간이 끝나면 누구에게 우선권을 줘야 한다는 의무가 없다. 8년 뒤 실제로 분양이 이뤄지면 가장 마지막에 프리미엄을 내고 산 사람은 막대한 피해를 볼 것"이라고 전했다.
현금 거래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세금 규정이 모호한 경우도 지적된다. 한 공인중개소는 "매수자나 매도자나 양도세·취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소개한 반면, 다른 중개사는 "기타소득세로 신고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오픈채팅방에서는 "양도세를 내라고 한 공인중개사는 거래를 끊어라", "신고를 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대화도 오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