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8월 31일 미국 텍사스주 디어파크에 있는 쉘의 정유 공장에서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출처=뉴시스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차기 미국 행정부가 추진할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와 달러 약세에 국제 유가가 하루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14일(현지시간) 2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배럴당 1.3%(0.66달러) 오른 53.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2월 20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영국 북해 지역의 브렌트유 3월물은 0.6%(0.36달러) 뛰어 56.42달러로 정산됐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규모 추가 경기 부양책이 예고되면서 경제 및 석유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가 부상, 유가를 끌어 올렸다는 평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1조9000억달러(약 2087조5000억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확정했다.
'약(弱) 달러' 현상도 유가 상승에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 약세는 달러로 거래되는 원자재의 가격을 끌어 올리는 경우가 많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한때 전거래일 대비 0.21% 하락한 90.17을 기록했다.
이는 제롬 파월 연방 준비 제도(Fed·연준) 의장이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가능성을 부인하며 양적 완화 의지를 재확인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모교인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의 주최로 열린 웨비나(온라인 세미나)에서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는 출구 전략을 논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견조한 원유 수요도 유가의 지지력으로 꼽힌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지난해 원유 수입량은 전년 대비 7.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유럽을 중심으로 다수 국가들이 코로나19 확산세를 억제하기 위해 봉쇄 조치를 강화하거나 연장하고 있어, 석유 수요는 여전히 위협을 받는 모양새다.
이날 석유 수출국 기구(OPEC)는 월간 보고서를 발간, 올해 세계 원유 수요 증가 폭에 대한 전망을 전월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유럽의 봉쇄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유가가 최근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까지 회복한 것을 두고 과도한 상승세라는 진단도 나온다. 리스태드에너지의 애널리스트인 브조나르 톤하구엔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결정이 지난주부터 유가에 반영됐는데, 시장 상황에 부합하는 수준 이상"이라면서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과 유럽의 봉쇄 등은 2020년 1분기 원유 수요에 예상보다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