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동국제강 |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2분기 철강업계에서 유일하게 실적개선에 성공했던 동국제강(001230)이 3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봉형강 사업 부진에도 효자 컬러강판의 판매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점쳐져서다. 다만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브라질 CSP 부담이 실적 상승 폭을 제한할 전망이다.
동국제강, 2분기 이어 3분기에도 실적 청신호 기대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제시한 동국제강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2787억원, 영업이익은 57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0.6% 줄고, 영업이익은 0.53% 오른 수준이다.
별도기준으로 보면 이익 증가세는 더욱 뚜렷하다. 별도기준 3분기 매출액은 1조1180억원, 영업이익은 57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1.5% 감소할 것으로 점쳐지나, 영업이익은 3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시장에서는 동국제강의 실적 상승세가 3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말이다.
직전 분기 동국제강은 연결기준 영업이익 99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6.1% 증가한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한 바 있다. 2분기 기준 영업이익으로는 4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업계에서 유일하게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늘어났다. 코로나19로 인한 부진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에서 단연 눈에 띄는 성적이었다.
같은 시기 포스코는 창사 이래 최초로 별도 기준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1085억원에 달했다. 현대제철 또한 2분기 9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가까스로 적자를 면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여전히 157억원 적자에 머물러 있다.
당시 시장에서는 동국제강 실적 견인의 주요 원인으로 컬러강판을 꼽았다. 동국제강의 제품은 크게 봉형강, 냉연강판, 후판으로 나뉜다. 봉형강에는 철근, 형강을 생산하는 전기로 제강사업이 포함된다.
동국제강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회사의 봉형강 판매비중은 48%를 차지했다. 2018년과 2019년 51%에서 3% 줄어든 수준이다. 반면 냉연강판 비중은 늘렸다. 최근 2년간 32%에 그쳤던 냉연강판 판매비중은 상반기 기준으로 35%까지 확대됐다. 냉연강판에는 동국제강 효자 제품으로 꼽히는 컬러강판이 포함된다.
컬러강판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대리석이나 나무 등 원하는 소재의 무늬와 질감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건축 내외장재나 가전제품 등에 주로 사용된다. 대리석 등보다 싸고 내구성도 갖췄다. 디자인 역량이 중요해 일반 철강제품보다 마진도 높고 경기를 타지 않는것도 장점이다. 동국제강은 2011년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을 시작으로 해당 제품 시장 점유율 1위를 수성하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과 같이 직접 운영하는 고로(용광로)가 없단 점도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고로는 한번 불을 붙이면 10년 이상 가동을 이어가야만 한다. 반면 봉형강을 생산하는 전기로는 운영이 자유롭다.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기 쉽다는 말이다.
동국제강은 이 같은 전기로 사업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 봉형강 사업의 수익성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동국제강이 상반기 매출 감소에도 영업이익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이유다.
▲ 동국제강의 브라질 CSP 제철소 전경. 출처=동국제강 |
봉형강 수익성 감소에도… 효자 ‘컬러강판’ 든든
시장에서는 동국제강이 2분기에 이어 3분기 실적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힘입어 동국제강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9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우선, 비수기 및 철스크랩 가격 상승으로 봉형강 부문의 수익성은 상반기 대비 낮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분양 물량이 감소와 길어진 장마도 봉형강 수요 감소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냉연 및 후판 등 판재류 수익성은 코로나19 영향이 완화되면서 증가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냉장고와 티비 등 가전제품 판매량이 늘어나 컬러강판의 수요가 증가한 점도 동국제강의 실적 상승세에 탄력을 더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한 철스크랩 가격 상승에도 열연과 슬래브 투입원가가 하락해 수익성 제고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분기부터 열연의 중국 수출가격이 상승했으나 상대적으로 내수 상황이 좋지 않았던 일본 열연업체들의 저가 수출이 이뤄지면서 안정적인 원재료 가격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란 해석이다. 슬래브 또한 일본산 슬래브 가격이 하락세를 띄면서 원가 절감에 도움이 됐을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동국제강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는 브라질 CSP다. 여전히 재무 부담이 이어지고 있어 동국제강의 실적 개선세에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은 슬래브 자체 조달을 위해 발레, 포스코와 합작으로 브라질에 CSP 제철소를 설립했다. 2016년 6월 가동을 시작해 2017년 본격적으로 연 300만톤에 달하는 슬래브를 양산하고 있다. 그러나 철강 공급과잉, 공기 지연으로 증가한 금융비용, 브라질 헤알화 가치 하락으로 전반적인 수익은 물론 재무구조가 저조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
2018년 이후 미국 슬래브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영업흑자 기조를 보이고 있으나, 헤알화 약세에 따른 달러화 차입금 관련 환산손실로 큰 폭의 당기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CSP 관련 미반영손실 누계액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동국제강의 CSP 관련 미반영손실 누계액은 3450억원까지 증가했다. 1분기 2910억원에서 540억원 늘어난 수치다. 만약 철강 수급여건 악화 등으로 CSP에 추가 증자 등 지원이 발생할 경우 손실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동국제강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CSP에 1억5000만달러(지분율 30%)를 출자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지난 2019년 발표한 바 있다. 올 하반기 3450억달러, 2021년 2550억달러를 추가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