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일렉트릭 울산 공장. 사진 = HD현대일렉트릭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급증과 냉난방 수요 증가 등의 이유로 글로벌 전력기기 호황이 계속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력망 연간 투자 규모는 지난 2020년 2350억 달러에서 2050년 6360억 달러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 주요 전격기기 시장에서의 기업 성장세도 돋보인다. HD현대일렉트릭 (KS:267260)은 역대 최대 실적을 연이어 갈아치우면서 HD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력기기 주력 시장서 성장세 지속
HD현대일렉트릭의 전력 변압기. 사진=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3분기 매출 7887억 원, 영업이익 1638억 원을 기록했다고 25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6%, 영업이익은 91.8% 증가한 수치다.
통상 비수기로 분류되는 3분기에도 수주는 총 7억 700만 달러, 올해 누계 30억 25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연간 목표인 37억 4300만 달러의 80.8%를 달성했다. 수주 잔고는 전년 동기 대비 36.1% 증가한 53억 9900만 달러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분기 배당에도 나선다. HD현대일렉트릭은 보통주 1주당 1100원의 현금 분기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배당금 총액은 396억원 규모로 시가배당률은 0.34%다.
배당 기준일은 9월30일, 배당금 지급 예정일은 11월5일이다. HD현대일렉트릭이 분기 배당에 나선 것은 2017년 독립법인 출범 이후 최초다.
주력 시장 ‘북미’…“변압기 강세, 글로벌 트렌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데이터센터.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북미 지역의 변압기 수요는 앞으로도 밝을 전망이다. AI 열풍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다 미국 내 노후 전력망 교체 시기가 겹치면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전력 확보전도 시장의 호황을 이끄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면서 대형 기업들은 전력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마존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AI 데이터센터 구동을 위해 도미니언에너지, 에너지노스웨스트, X-에너지 등 에너지 기업 3곳과 잇달아 전력 확보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회사에만 5억 달러(약 6950억 원) 이상을 투자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가상자산·AI 관련 전력 소비량이 2022년 460테라와트시(TWh)에서 2026년엔 1050T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IEA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2022년 전체 전력 사용량의 2.1%를 차지했으나, 2024년부터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구축이 본격화되면서 이 비율은 2030년 10.2%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북미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의 올해 분기별 북미 지역 매출 비중은 1분기 27.8%, 2분기 34.6%, 3분기 36.1%를 기록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수익성이 높은 북미 지역 매출 호조로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미국의 그리드 투자가 지속되고 있고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도 변압기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변압기 수요 강세는 글로벌 트렌드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또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도 변압기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중장기 업황 호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주력 제품(전력기기)과 북미 시장에서는 여전히 견조한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미국의 전력 인프라 대규모 투자, 구글 및 주요 DC 사업자들이 유틸리티사와 전력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우호적인 시장환경이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세대 먹거리 ‘배전·회전기기’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스마트 공장 전경. 사진=HD현대일렉트릭
차세대 먹거리인 배전·회전기기의 공략도 가속화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3분기 배전기기 및 회전기기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24.1%, 10.8% 증가했다고 전했다.
회사는 배전기기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충청북도 청주시에 중저압차단기 신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중저압차단기 생산능력을 현재 두 배 수준인 1300만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회전기는 전기에너지를 기계에너지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장치다. 전동기, 발전기, 터빈 등이 대표적이다. 산업 전반에 적용되기 때문에 변압기와 함께 전력기기 업체들의 주력 제품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HD현대일렉트릭은 터보 기계 및 펌프 심포지엄(TPS), 7월 전기 장치 상업 전시회(EASA) 등에 잇따라 참석하며 회전기 기술력을 홍보했다. 친환경 전환과 맞물려 회전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자 고객사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HD현대일렉트릭 울산공장 전경. 출처=HD현대일렉트릭
증권가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의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내년 실적 포인트는 ‘증설’이라고 분석했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이라며 “올해 울산 및 미국 생산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서 2200억원의 매출액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7월 미국 앨라배마 공장 증축과 울산 300kV 공장 레이아웃 변경 공사에 이어 최근 울산 변압기 철심공장 신축을 완료했다. 계획했던 변압기 생산시설 증설이 마무리됨에 따라 향후 연간 2200억 원의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증가 및 데이터센터 증설 등 시장 호조에 힘입어 2분기 연속 20%를 상회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며 “선별 수주 정책을 지속하는 가운데 수주 잔고가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도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