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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정부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조이는 '핀셋 규제'를 예고하면서 오는 9월부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주담대 한도가 벌어질 전망이다.
연봉 1억원을 받는 사람이 비수도권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변동금리 기준)는 6억400만 원이지만, 수도권의 경우 5억7400만 원까지만 가능하다.
6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 변동형 대신 5년간 고정되는 주기형을 선택했을 경우 비수도권 주담대는 6억41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지만, 수도권은 6억3100만 원까지만 가능하다.
대출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같더라도 어떤 금리 형태로, 어떤 지역의 주담대를 받느냐에 따라 최대 6700만원까지 대출 한도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 5000만원 연봉자, 최대 3300만원 대출 한도 '갭'
지난 20일 금융위는 다음 달 1일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하면서,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서는 스트레스 금리를 0.75%포인트(p)에서 1.2%p로 상향 적용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부터 도입된 스트레스 DSR는 기존에 시행되던 DSR 규제에 스트레스 금리(가산금리)를 얹어 대출 한도를 더 낮추는 제도다. 당초 스트레스 금리는 지역과 무관하게 일괄 적용됐지만 오는 9월부터는 수도권에 더 쎈 금리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연봉 5000만 원인 A 씨가 30년 만기, 분할상환 조건으로 변동형 주담대를 신청하면 최대 3억15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 달부터는 수도권 2억8700만 원, 비수도권 3억200만 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변동형 대신 5년간 금리가 고정되는 주기형을 선택하면 한도는 소폭 늘어난다. 현재 A 씨가 주기형 주담대를 신청하면 3억25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다음 달부터는 수도권 3억1500만 원, 비수도권 3억2000만 원까지로 줄어든다.
5000만원 연봉자의 경우 금리 형태와 대출 지역에 따라 최대 3300만원까지 대출 한도 폭이 벌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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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동형' 한도 더 줄여…'주기형' 선택 유도
현재 은행권이 취급하는 주담대는 크게 변동형과 주기형으로 구분된다. 통상 변동형은 금리가 6개월마다, 주기형은 5년마다 바뀐다. 한국 소비자의 경우 미래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변동형을 선호하는 현상이 크다.
다만 금융당국은 올해 초부터 주기형 대출 비중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변동형 대출의 경우 향후 금리가 상승하면 소비자의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변동형 대출에 더 강한 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것도 소비자의 선택을 '주기형'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다. 현재 연 소득 1억 원인 B 씨는 변동형 주담대로 최대 6억3000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주기형으로는 최대 6억4900만 원까지도 받을 수 있다.
다만 오는 9월부터 B 씨의 변동형 주담대 한도는 수도권 5억7400만원, 비수도권 6억400만 원으로 줄어든다. 주기형을 선택하면 수도권 6억3100만 원, 비수도권 6억4100만 원까지는 받을 수 있다.
◇ 금융당국 "현재 주기형이 대다수…실수요자 피해 적어"
일각에선 대출 한도 축소에 따른 실수요자 불편을 지적하지만 다만 금융위는 "실수요자 불편은 제한적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주담대 신청자 90% 이상이 주기형 금리를 선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기형과 변동형의 금리가 하단 기준 1.3%p이상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날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주담대 금리는 주기형 3.10~6.02%, 변동형 4.42%~6.67%로 집계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고정금리(주기형) 주담대의 경우 스트레스 금리가 일부분만 반영됨에 따라 실수요자 불편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달 31일까지 주택매매계약을 체결한 차주 등에 대해서는 종전 규정인 1단계 스트레스 금리(0.38%)를 적용하는 '경과조치'로 실수요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