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1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지난해 2월부터 12차례 연속 금리 동결 결정이다.
한은은 지난해 2·4·5·7·8·10·11월과 올해 1·2·4·5월에 이어 12회 연속 기준 금리를 묶었다. 이번 동결로 기존 역대 최장 동결 기록(2016년 6월 9일~2017년 11월 30일, 약 1년 5개월)을 넘어섰다.
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에서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이달 1일부터 4일까지 채권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99%는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결정 불확실성에 관망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월 PCE(개인소비지출) 물가 상승률이 3년 만에 최저치인 2.6%를 기록하면서 9월 인하 기대가 높아졌지만, 6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점도표에서 연내 금리 인하 횟수가 기존 3회에서 1회로 축소되며 인하 시점은 여전히 안갯 속이다.
기준금리 역대 최장기간 동결… 환율 불확실성 높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9일(현지 시각) 의회에 제출한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물가 하락세가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더 나와야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낮추려면 한·미 금리 역전차 확대에 1300원대 후반대인 환율이 외환위기 수준인 1400원대 진입과 외인 이탈에 따른 자본 유출 가능성이 커진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연준의 9월 인하 가능성은 70%대에 올라왔다.
원/달러 환율은 앞서 5월 중순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까지 발생하자 약 17개월 만에 1400원대까지 뛴 이후 최근까지 1380원대 안팎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국내 물가 불확실성도 한은의 인하를 망설이게 한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로 11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왔지만 고환율과 중동리스크, 공공요금 인상과 4분기에는 기저효과가 사라지며 연말에는 2%대 중반 수준으로 다시 레벨을 높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국 경제의 최대 내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도 금리정책의 걸림돌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달 5조3415억원 늘며 2021년 7월(6조2000억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가계부채 우려… 기준금리 인하 소수의견 등장에 관심
정부는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연착륙을 위해 은행과 2금융권 주담대에 스트레스금리의 50%를 적용하는 2단계 시행일을 7월에서 9월로 미루고 전 금융권에 100%를 적용하는 3단계를 내년 하반기로 연기하며 가계대출 급등 우려가 커졌다.
금통위의 관전포인트는 기준금리 인하 소수 의견이 등장할지 여부다. 최근 금통위에서는 만장일치 동결에도 한국형 포워드가이던스를 통해서는 3차례 연속 3개월 후 금리 인하 전망이 나왔다. 해당 의견을 낸 것으로 추정되는 신성환 위원이 내수 부진에 무게를 두고 인하 결심을 굳힐 경우 소수 의견으로 등장할 수 있다.
이창용 총재 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물가에 대해 전반적으로 안정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가계부채와 수도권 부동산 상승을 우려하며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