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 - ▲ 한국은행. 사진=서승리 기자
투데이코리아=서승리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의 상승폭이 석 달 연속 2%대에 머문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리 인하 고려 기준으로 언급한 2.4%까지 내려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사과와 배 등 과실 물가가 여전히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등 현장에서는 물가 안정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한은이 금리 인하 시점을 두고 더 고민이 깊어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3일 취재를 종합하면, 통계청이 전날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84(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4% 올랐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올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월 2.8%을 기록한 이후 3월까지 오름세를 보였지만, 4월부터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4월은 2.9%, 5월 2.7%였다.
그렇지만 사과와 배 등 과일 가격의 오름폭이 지속되면서 실제 소비자가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와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배가 139.6%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1975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으며, 김도 28.6% 오르며 38년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집계됐다.
한은은 이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지고, 근원물가(에너지·식료품 제외) 상승률이 2%대 초반에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웅 부총재보는 전날(2일) 주재한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석유류 가격 오름폭이 확대됐지만, 농산물 가격 상승률이 상당 폭 둔화한 가운데 지난해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에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그렇지만 “고환율과 국제 유가, 기상 여건, 공공요금 조정 등 불확실성이 여전해 물가가 예상대로 목표에 수렴해 가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아낀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창용 총재가 5월 금융통화위원회 후 진행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평균 2.3~2.4%로 내려가는 추세가 확인되면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한 만큼,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상승률 둔화와 내수 부진 등을 고려할 때 이달 한은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나오고 다음달에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 보다 먼저 금리 인하를 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현재 한·미 금리 차가 역대 최대치인 만큼,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월부터 치솟은 환율로 인해 외환 당국이 시장 안정화 조치의 영향으로 국내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말 기준 4122억1000만달러를 기록하며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6월 말 국내 주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5723억원으로, 전월 보다 5조3415억원 증가하며 2021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 폭을 기록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일 임원회의를 통해 “하반기 시장의 기대감이 금리인하, 주택가격 회복 등 한쪽으로 쏠려있는 상황에서 예상과 달리 조그만 이벤트에도 큰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며 “금감원 전체 부서가 경각심을 가지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며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