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은행 대출창구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한 달 새 5조 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주택 매매가 다소 회복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신용대출까지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기업대출 역시 5개월 연속 증가해 기업대출 잔액은 800조 원을 넘어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달 30일 가계대출 잔액은 702조7020억 원으로 전달 말 698조30억원 대비 4조6990억원 늘었다.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세다. 전월 대비 잔액 증가 금액은 4월 4조4346억원보다 확대됐을 뿐만 아니라 2021년 7월(6조2009억원)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최대폭 증가세다.
주택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꾸준히 불어나는 가운데, 신용대출까지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545조6111억 원)은 4조6208억 원 증가했다. 신용대출(잔액 103조1260억 원)도 3210억 원 늘었다.
주택관련 대출이 늘어난 것은 최근 부동산 거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는 지난해 12월 2만6934호, 올 1월 3만2111호, 2월 3만3333호, 3월 4만233호, 4월 4만4119호로 지속적으로 늘어왔다.
이에 더해 올 4월부터 주택도시기금 정책대출이 은행 재원으로 상당 부분 공급되고 있는 점도 잔액 증가세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디딤돌(구입)·버팀목(전세) 등 주택도시기금 정책대출은 통상 연초에 자체 재원으로 공급돼 은행 가계대출 실적에 포함되지 않다가 이 재원이 소진되면 은행 재원으로 대출이 이뤄진다.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 역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5월 30일 기준 802조1847억 원으로 4월 말보다 6조1392억 원 늘어나며 800조를 돌파했다. 지난해 12월 일시적으로 1조6109억원 감소한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다. 시중은행의 기업대출은 올해 들어서만 34조8708억원 증가했다. 4월 말 대비 대기업 대출은 3조7422억원, 중소기업 대출은 2조3970억원 늘었다.
이처럼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이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최근 부채 상환 능력이 낮은 한계기업이 속출하면서, 기업부채 건전성 우려가 커졌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단순 평균)은 지난해 1분기 말 0.30%에서 4분기 말 0.31%로 소폭 상승한 뒤 올해 1분기 말 0.35%로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최근 '우리나라 기업부채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향후 국내외 통화정책 기조 전환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신용공급이 부동산 부문으로 재차 집중되지 않고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계기업이 부채를 통해 연명하는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지 않도록 이들에 대한 과도한 금융지원을 지양하고 적절한 신용평가 등을통해 회생 가능성에 기반한 신용공급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