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이어지면서 경제 전반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5개월 만에 ‘비관적’으로 바뀌었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24년 5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8.4로 전달보다 2.3포인트(p) 내렸다. CCSI는 지난 1∼4월 내내 100선을 웃돌다가, 이달 들어 100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CCSI는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6개 주요 지수인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을 이용해 산출한다. 장기평균치(2003∼2022년)와 비교해 지표가 100보다 크면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 모두 지난 4월에 비해 하락했다. 생활형편전망(92), 가계수입전망(97), 향후경기전망(79)은 전월 대비 2p씩, 현재생활형편(88), 소비지출전망(109), 현재경기판단(67)은 1p씩 내렸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수출이 좋았음에도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가 높은 수준에서 계속되면서, 이달 소비자 심리가 더 악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황 팀장은 “환율과 유가가 올랐던 것이 이번 달 조사에 반영된 영향도 있다”며 “조사 기간 이후 환율과 유가가 하락 안정됐는데, 이는 다음 조사에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5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달보다 0.1%p 오른 3.2%를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1∼2월 3.0%에서 3월 3.2%로 올랐다가 4월 3.1%로 하락하는 등 3%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황 팀장은 “체감물가가 소비자물가지수보다 더 높게 형성돼있다”며 “농산물과 공공요금 등 인상 요인도 많이 남아있는 것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이전보다 높아졌다. 금리수준전망지수는 미국 정책금리 인하 지연 영향으로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전달보다 4p 높은 104를 나타냈다. 6개월 후 금리가 지금보다 오를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이 많을 경우 지수는 100을 넘는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월과 같은 101로 집계됐다. 1년 뒤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 비중이 하락을 예상하는 비중보다 크면 지수가 100을 웃돈다. 고금리 부담에도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 전환 기대 등이 작용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