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Times -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무너진 가자지구 건물. [사진=뉴스1]
[시티타임스=글로벌일반] 가자지구에서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이 20일(현지시간) 표결에 부쳐졌지만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또 부결됐다.
안보리는 이날 팔레스타인 문제를 포함한 중동 상황을 의제로 공식회의를 열고 해당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했다.
알제리가 작성을 주도한 이번 결의안 초안에는 △인도주의적 휴전 △가자지구 전역으로의 인도적 지원 전달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이주 반대 △국제사법재판소(ICJ) 임시명령 준수 △국제법 준수 등이 담겨 있다.
해당 결의안은 15개 이사국 가운데 한국을 포함 13개 이사국으로부터 찬성표를 받았지만,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채택이 무산됐다.
즉각적인 휴전을 권고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미국 반대로 좌초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또 다른 상임이사국인 영국은 기권표를 행사했다.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해야 하고,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한 곳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미국은 회의 전부터 해당 결의안 초안이 그대로 통과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중동 휴전 협상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거부권 행사 방침을 시사해 왔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날 표결에 앞서 "미국은 이집트 및 카타르와 함께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인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안보리가 취하고 있는 어떤 조치도 민감하고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이번 결의안이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하마스에 인질들을 석방하도록 요구하는 합의 없이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것은 지속적인 평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면서 "오히려 하마스와 이스라엘간 교전을 연장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알제리의 결의안 초안 대신 하마스가 모든 인질을 석방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 임시 휴전에 대한 지지를 강조하고,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대규모 지상 공격을 반대하는 내용의 별도 결의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다만 협상을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 자국이 제출한 결의안의 표결을 서둘러 추진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이 안보리에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과 관련해 결의안을 제출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지난해 10월 말 러시아와 중국이 이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이번에도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휴전 요구 결의안 채택이 무산되면서 한국 등 안보리 이사국들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 확대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한국은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인도주의적 휴전이 긴급히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찬성표를 던졌다"면서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밀집한 라파에서 사람들은 대규모 지상작전으로 야기될 수도 있는 다가오는 재앙에 대해 공포에 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의안 초안에 하마스가 자행한 개탄스러운 테러 행위에 대한 명확하고 단결된 규탄이 빠진 것은 유감"이라며 "한국은 이집트, 카타르, 미국, 이스라엘 등 핵심 당사국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인질 석방을 위한 진지한 협상을 현지에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