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코스닥벤처펀드에서 연일 자금이 빠져 나가고 있다. 올들어 공모주들의 선전으로 펀드 수익률이 반등하자 손실을 만회한 자금들이 유출되고 있는 것. 투자자들이 장기보유 세제혜택마저 버리고, 대거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펀드 설정액 규모는 최대 1/3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KTB코스닥벤처펀드는 올해 설정액 1045억원이 줄었다. 출시 9일만에 판매금액 3000억원을 넘기며 소프트 클로징(잠정 판매 중단)했던 인기펀드가 2000억원대 펀드로 작아졌다. 같은 전략으로 운용하는 2호 펀드에서도 설정액이 122억원 감소했다. 설정 후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을 지킨 에셋원공모주코스닥벤처기업펀드에서도 투자금 146억원이 빠져나갔다.
11개 공모 코스닥벤처펀드는 연초 이후 평균 7.10%(23일 기준) 수익률을 내고 있다. 연초 이후 코스닥 상승률 4.63%을 웃도는 성적이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전체 투자금의 50% 이상을 의무적으로 코스닥 상장기업과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벤처기업 신주에 15%, 벤처기업 또는 코스닥 중소·중견기업(벤처기업 해제 7년 이내 기업) 신주와 구주에 35%를 투자해야 한다. 벤처기업 투자 신주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채권(BW) 등 메자닌(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도 포함한다. 나머지는 운용사별로 전략에 맞게 투자한다.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면 코스닥 신규 공모주 전체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하고(개별 펀드 자산총액의 10%까지), 3년 이상 투자했을 땐 투자금액의 3000만원까지 1인당 10%의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코스닥벤처펀드 수익률이 개선됐지만 공모 코스닥벤처펀드 설정액은 계속 줄었다"며 "장기보유에 따른 소득공제 혜택보다 수익률 개선에 따른 이익 실현에 무게를 둔 투자자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자금 이탈은 작년 7월부터 이어졌다. 작년 5월까지만해도 세제 혜택과 IPO 우선 배정 메리트로 완판 행진을 보이던 투자 열기가 식었다.
설정후 수익률은 1개 펀드를 빼고 모두 마이너스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지난해 코스닥시장 하락과 맞물리면서 수익률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코스닥은 15.4% 떨어졌다.
에셋원공모주코스닥벤처기업펀드만이 설정 이후 수익률 3.75%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미래에셋코스닥벤처기업펀드1(-15.23), KB코스닥벤처기업소득공제펀드1(-17.67), KB코스닥벤처기업2(-17.25%), 삼성코스닥벤처플러스펀드1은(-13.10)은 설정 후 10%가 넘는 손실을 내고있다.
최창규 연구원은 "IPO 기업의 양호한 주가흐름에서 알 수 있듯이 IPO 투자환경은 양호한 편"이라며 "코스닥벤처펀드의 선전은 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상장한 벤처캐피탈(VC) 컴퍼니케이는 공모가 보다 2배 이상 올랐다"며 "VC가 들고 있는 자산 비상장기업 주식인데 이런 종목의 주가가 올랐다는 건 시장참여자들이 IPO 시장 좋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4월 한 달 동안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한 기업이 27건(신규상장 22건, SPAC 합병 2건, 이전상장 3건)이나 몰렸다"며 "하반기 IPO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전망했다.
최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이 좋기 때문에 코스닥벤처펀드 수익률이 좋아진다는 건 아니다"라며 "공모 코스닥벤처펀드는 주식도 많이 담고 있어 시장 안 좋으면 수익률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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