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5월30일 (로이터/브레이킹뷰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파리기후변화협약(이하 '파리협약')에서 탈퇴할지 남아있을지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이 탈퇴하든 잔류하든 트럼프의 결정은 '용두사미'가 될 듯하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유세 기간부터 탄소 배출이 늘어나 지구온난화가 진행된다는 이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기후변화 개념 자체가 '사기'(hoax)라고 공공연히 반감을 드러냈다. 그런 그가 파리협약을 탈퇴하겠다는 자신의 선거 공약을 폐기하고 파리협약을 유지하기로 결정한다면 분명 놀랄 일이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공언한대로 파리협약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한다고 해도 탄소 배출량을 줄여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에 대응하자는 전 세계의 노력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다.
2015년 12월 약 200개 국가가 프랑스 파리에서 맺은 파리협약은 미국 정부의 지지 없이도 충분히 이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한 국제협약에서 발을 빼겠다고 해도 이는 (주 정부와는 별개로) 미국 연방정부 차원의 일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재생에너지보다 화석에너지의 개발 및 사용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추진할 수도, 기존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뒤집어놓을 수도 있다. 이 경우 탄소 배출 문제가 악화되고 청정에너지 사용 등 친환경 정책 추진 일정은 늦춰질 것이다.
하지만 미국 내 상당수 주 정부와 도시들이 (연방정부의 의사와 상관없이) 지구 평균 상승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2도 낮게 유지하기 위한 자체적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한 예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독일 바덴뷔르템베르그(Baden-Wurttemberg)와 함께 탄소 배출 감축을 목표로 한 섭씨 2도 이하 연합(Under2 Coalition)을 만들었다. 현재 전 세계 경제의 3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170개 지방정부들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미 기업들도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일례로 제네럴모터스(General Motors), 월마트(Wal-Mart), 애플(Apple) 등은 향후 회사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부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또 한편에선 투자자들의 압박을 받고 이런 결정을 내린다. 26일 로이터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피델리티(Fidelity Investments)는 경영진이 찬성하지않는다해도 주주총회 시 펀드매니저들이 기후 관련 이슈에 대해 주주 대신 위임투표할 수 있도록 허용할 예정이다. 미국 주요 자산운용사인 스테이트스트릿(State Street)과 블랙록(BlackRock) 등은 이전부터 이를 허용해왔다.
한편 총 자산 규모가 17조달러를 상회하는 280명 가량의 투자자들은 지난 주말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앞서 G7에 서한을 한 통 보냈다. 파리협약 이행을 고수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한 마디로, 트럼프가 파리협약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해도 상징적 의미만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국이 파리협약에서 탈퇴하면 대가가 뒤따른다. 전 세계 대부분의 여론과 반대로 움직이면, 결국 미국의 대외 평판과 함께 소프트파워를 강화할 미국의 역량을 손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심지어 미국 경제에도 해가 될 수 있다. 우선, 현재 재생에너지 부문에 종사하는 미국인들이 화석연료 부문보다 훨씬 더 많다. 게다가 2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 지출 확대에 힘입어 주요 20개국(G20)의 경제생산은 2050년까지 5% 늘어날 전망이다. 뛰어난 사업가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친다는건 말이 안된다.
** 본 칼럼은 안토니 커리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편집 손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