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12월14일 (로이터) - 유럽중앙은행(ECB)이 13일(현지시간) 2조6000억유로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QE)을 이달 말 공식적으로 끝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부양적 정책기조는 계속 제공해 예기치 못한 경기둔화와 정치불안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ECB는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꾸준히 QE 종료를 언급해온 만큼, 이번에 ECB가 다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낮았다. 그러나 성장세 둔화, 무역전쟁, 하드브렉시트 가능성,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예산안 갈등 등의 요인이 있는 만큼, 긴축정책은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 도입될 것이라는 신호가 나타났다.
기자회견에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자신감이 지속되고 있으나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는 발언으로, QE 종료 결정의 배경을 표현했다.
지난 2007~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행된 전례없는 부양정책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드라기 총재는 정책이 시행된 지난 4년 중 한때는 QE가 "유일한 회복세의 요인이었다"라고 답했다.
시장에 안도감을 주기 위해, 앞서 ECB는 사상 최저 수준인 현 금리를 최소 '내년 여름 내내'(through next summer)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만기된 국채를 통해 확보한 현금의 재투자 일정에 대해서도 수정 가능성을 유지했다.
ECB는 "이사회는 APP(QE)를 통해 매입한 증권 중 만기된 것들의 상환액 전액 재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며, ECB의 금리인상 시작시기 이후까지 (재투자) 기간을 연장하려 한다"라고 알렸다. 당초 ECB는 재투자가 QE 종료 후 '연장된 기간' 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가이던스를 제시한 바 있는데, 이를 '금리인상 개시 이후'로 구체화한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재투자 관련 결정이 만장일치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날 ECB는 정책금리를 제로(0)%로 유지했다. 예치금 금리도 마이너스(-) 0.40%로 동결했다.
ECB가 직면한 문제점은 경제성장세 약화다. 유로존의 성장세는 정책위원들이 불과 수주 전에 내놓은 전망 보다도 약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기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리라는 전망도 실제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에 따라 유로존 경제에 대한 ECB의 예상에 의구심이 나타났다.
이번 ECB 발표에 따르면,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1.9%, 내년 1.7%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 9월 전망치보다 각각 10bp(1bp=0.01%p)씩 낮은 수준이다.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1.8%로 지난 9월 전망치인 1.7%보다 높았지만, 내년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1.6%로 9월 전망치인 1.7%보다 낮았다.
유로존의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은 ECB의 목표치인 2% 부근에 근접했다. 그러나 유가 하락세 탓에 향후 수개월 동안 인플레이션은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이유가 확인되진 않았지만, 임금 상승률이 견조한 수준을 나타낸 가운데에도 물가는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새로운 전망이 나온 가운데 드라기 총재는 위험이 하방으로 기울었다고 말했다. 그 여파로 유로는 달러 대비 약세를 나타냈으며,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