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장단기 금리 격차가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차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축소됐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침체의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에 이어 한국에서도 역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059%포인트 급락한 연 1.172%로 장을 마감했다. 연 1.2% 선마저 뚫리면서 또 한 번 사상 최저 기록을 새로 썼다.
올 들어서만 0.776%포인트 떨어져 3년물 금리(연 1.095%)와의 격차가 0.077%포인트까지 좁혀졌다. 2008년 8월 12일(0.06%포인트) 이후 11년 만에 장단기 금리가 가장 많이 좁혀진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경기 하강 우려 확대가 장단기 금리 차를 급격히 축소시키고 있다. 올 들어서도 주요 경제지표 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4일 미국 국채 2년물(연 1.628%)과 10년물(연 1.619%)의 금리가 장중 한때 역전되자 ‘R(recession)의 공포’가 증폭됐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 역전은 미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하강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내린 데 이어 추가 인하가 뒤따를 것이란 예상에 투자자들의 매수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3년물부터 50년물까지 모든 만기의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연 1.50%)를 밑도는 현상이 3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채권가격이 뛰면서 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지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기준금리와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았던 장기채권 금리가 더 크게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단기 금리가 뒤집힐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지금처럼 장기채권 매수세가 강하면 장단기 금리 역전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의 금리가 마지막으로 뒤집혔던 시기는 2008년 7월 11일부터 18일까지다.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이 곧바로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은 양적완화를 시행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정부의 공공투자로 민간투자가 살아난다면 경기확장 국면이 연장될 수 있다”고 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北 미사일 발사, 한·일과 긴밀히 협의"…美 당국자, 원론...
쉐보레 신형 콜벳 미국 가격 공개, 7,300만원부터
유로존까지 덮친 'R의 공포'…獨·佛 국채금리 사상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