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화는 기술과 시장을 동시에 확보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 이는 결국 시간과 돈의 문제다.”
김효준 한독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배제 조치와 관련, “부품·소재의 국산화를 독일 기업이 적극적으로 돕겠다”면서도 이 같은 신중론을 폈다. 일본의 수출규제 등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수입처 다변화와 국산화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술과 시장을 확보한 대표적 사례로 한국의 자동차 부품산업을 꼽았다. 김 회장은 “독일의 폭스바겐그룹과 다임러그룹 등 자동차기업들이 한국산 부품 구매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며 “BMW그룹 한 곳만 보더라도 460여 개의 한국 기업을 통해 총 34조원에 달하는 한국산 부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제품이 기술적으로는 중국에, 가격경쟁력에선 일본에 앞서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어 “가격과 품질을 기본으로 국제 분업을 추구해온 틀이 갑자기 흔들리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국 제조업의 미래 위치(포지셔닝)를 고민해 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런 시점에서 독일과의 협력은 무척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한국과 독일 양국 기업 간 기술협력을 적극 중재하는 ‘산파’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는 “이미 중소벤처기업부에 이런 의사를 전달했고 조만간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들과 만날 것”이라며 “수일 내 중견기업연합회와도 협약을 맺고 한국의 중견기업들과 협력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문제가 되고 있는 반도체 소재 3종(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은 독일 바스프(BASF)에서 생산하고 있거나 생산할 수 있는 품목들”이라며 “화이트리스트에 거론되는 품목 중 상당수를 독일 기업이 대체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일본어로 된) 일본 화이트리스트가 영문으로 번역되면 독일 연방상공회의소 산하 산업별 협회에 공람해 조속히 대체할 수 있는 품목을 추려낼 수 있다”며 “한독상공회의소 내 핫라인을 확장해 당장 현안이 걸려 있는 한국 기업들과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MW그룹코리아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해 4월부터 한독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했다. 한독상공회의소는 독일연방상공회의소의 세계 140개 해외상공회의소 중 하나로 1981년 설립됐다. 회원기업은 500개로 바스프 지멘스 보쉬 벤츠 등 한국에 진출한 독일 기업이 약 70%, 독일과 비즈니스 관련이 있는 한국 기업이 30%를 차지하고 있다. 김 회장은 “한독상공회의소는 13조원의 국내 투자를 통해 10만 명의 고용을 창출했다”며 “최근에는 독일식 일·학습 병행 교육제도인 ‘아우스빌둥’을 통해 미래 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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