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서스턴, 호주, 10월28일 (로이터) - 석유시장의 가격 형성에 있어서 변하지 않는 특징은 장기적이고도 구조적인 요인들과 단기적 요인들이 서로 줄다리기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아시아 연료 시장에서는 바로 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아시아 연료 거래 중심지인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휘발유와 디젤의 매출이익은 지난 3개월 간 크게 증가했다.
상품 트레이더들은 아시아 지역의 정유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보수 정비에 나서는 기간이라 전반적으로 수급이 타이트해진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 요인에 지나지 않는다. 아시아 연료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보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요인은 증가하는 중국의 연료 수출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단기적 요인이 장기적 요인보다 두드러질 뿐이다.
싱가포르에서 휘발유 크랙스프레드(crack spread, 원유 비용과 최종 생산제품 사이 가격차이)는 26일(현지시간) 배럴당 9달러82센트로, 7월 8일에 기록한 올해의 저점인 1달러67센트에서 5배 가량 올랐다.
디젤의 원료로 사용되는 경유의 크랙스프레드는 26일 13달러11센트로 지난 4월 초 기록한 올해의 저점에서 무려 110%나 올랐다.
이는 아시아 지역에서 석유제품 재고가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놀랄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상업용 휘발유 재고는 2003년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후 사상최저치로 감소했다. 정유업체들이 문을 닫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간주됐다.
싱가포르에서는 휘발유와 나프타 등을 가리키는 경질유분(light distillate) 재고가 10월 20일까지 한 주 간 1286만배럴로 증가했으나 여전히 5월 초에 기록한 최고치인 1553만배럴에서는 17% 가량 감소한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중간유분(middle distillate) 재고는 1289만배럴로 전주비 감소했으며 9월 21일에 기록한 올해의 최고치인 1579만배럴에서는 18.4% 줄어든 수준에 머물렀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유소 보수정비와 공고한 수요에 힘입어 연료유 마진이 아직까지는 공고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 중국산 연료유 수출 증가
중국산 디젤 수출량은 9월에 160만톤으로 전년동월에 비해 44.4% 증가했다. 다만 7월에 기록한 사상최대치인 153만톤에서는 줄었다.
올해 1~9월을 합산하면 디젤 수출량은 일일 29만5400배럴로 전년비 148.2% 급증했다.
9월 휘발유 수출량은 전년비 36.8% 증가했으며 1~9월 수출량은 일일 약 21만5000배럴로 72.4% 늘었다.
아시아 연료 시장에 공급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중국 석유산업에서는 과투자로 인해 생산능력이 넘쳐나기 때문에 중국 정유업체들이 수출량을 더욱 늘릴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연료 수출량은 쿼터제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정유 산업 부문의 과잉생산으로 국내 시장에 공급이 넘쳐나자 쿼터 상한선이 상향됐다.
아시아 정유업체들 대부분이 보수정비를 마치고 생산을 풀가동하게 되면 연료 생산에 따른 매출이익은 다시금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다. 특히 중국이 막대한 수출량을 유지한다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아시아 연료 시장에서 장기적 요인들이 단기적 요인들을 제치고 더욱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과 언론들은 단기적 상황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중국의 증가하는 연료유 수출은 이미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젤과 휘발유 매출이익은 2012년 이후 하방 흐름을 보여 왔다. 중국이 디젤과 휘발유 수출량을 늘리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하지만 중국 수출만이 원인은 아니다.
중동에서 정유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중동 정유업체들은 아시아와 유럽 석유제품 시장 간의 가격 차이를 활용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매일매일의 단기적인 상황 변화에 정신이 팔려서, 중국과 중동의 수출 증가라는 장기적이고도 구조적인 변화를 놓쳐서는 안 된다. (클라이드 러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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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손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