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백화점 기업들의 주가 하락세가 가파르다. 롯데쇼핑, 현대백화점은 사상 최저가를 연일 경신하며 ‘바닥’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 신세계도 지난 5월 초 기록한 연중 최고점보다 20% 이상 하락했다.
조정이 이어지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은 높아졌다. 그러나 극도의 내수침체로 매출이 급감한 가운데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도 커져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연일 사상 최저가 경신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3사 가운데 최근의 업황 부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현대백화점이다. 대형마트, 편의점, 면세점 등의 실적이 큰 비중으로 연결재무제표에 잡히는 다른 두 곳과 달리 현대백화점은 백화점이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백화점은 1200원(1.56%) 내린 7만5800원에 마감하며 사상 최저가를 다시 썼다. 지난 5월 3일 10만2500원에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선 현대백화점은 이후 별다른 반등 한 번 없이 26.04% 떨어졌다.
롯데와 신세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세븐일레븐 등의 실적이 반영되는 롯데쇼핑은 25일 장중 13만8000원으로 사상 최저가를 경신했다. 26일 가까스로 반등하며 14만3500원에 마감했지만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어려움을 겪던 2016년보다 주가가 낮아졌다. 올 들어 강세를 보이던 신세계는 5월 2일에 34만1000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서 26일엔 27만원에 장을 마쳤다.
○삼중고에 시달리는 백화점
최근 백화점주 부진의 요인으론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첫 번째는 내수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의 2분기 영업이익은 5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9%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1월 시작한 면세점 사업 적자가 커지는 가운데 올 1분기부터 백화점 부문도 영업이익률이 높은 여성의류 판매가 줄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부동산 관련 세금 및 비용 부담도 커졌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은 천호점, 김포아울렛 증축으로 감가상각비 부담이 늘었고, 공시지가 상승으로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도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이 모두 지지부진한 가운데 종부세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지난 1년간 이어진 중국 사업 철수와 구조조정으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지속적으로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출 규제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도 변수로 떠올랐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유니클로에 대한 불매운동 강도와 기간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유니클로 지분 49%를 보유한 롯데쇼핑은 유니클로 지분법 평가이익이 기존 추정치를 10% 밑돌면 순이익은 3.4%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명품 강화한 신세계, 반등할까
면세 사업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신세계는 2분기에 중국 정부의 정책 리스크(위험)가 부각되면서 주가 변동성이 커졌다. 허나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소비 둔화와 전자상거래법 단속 강화, 자국 면세점 육성 등에 대한 우려로 하락폭이 컸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내에 반등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지영 연구원은 “지난달 백화점 기존 점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났고, 7월에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시내 면세점은 흑자를 내고 있고, 인천공항 면세점 적자폭도 줄고 있어 하반기부터 반등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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