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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日 따라잡았는데…소재 국산화 왜 못하나

입력: 2019- 07- 03- 오전 12:46
© Reuters.

5월 반도체 수출 가격, 10개월 만에 반등…환율 상승 영향 빼면 '하락'(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도체가 조립 산업이라면 화학은 기초 산업이기 때문에 ‘축적의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경쟁력은 일본 업체들을 따라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소재 국산화율은 50%에 불과하다. 정밀 공정으로 갈수록 일본 소재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진다. 업계에서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정밀 화학 업체들과 후발주자로 뛰어든 국내 중소기업은 기술력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국내 화학 대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제품인 정밀화학소재보다는 범용 화학 제품에 투자를 집중했던 점도 기술격차가 벌어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100년 역사 자랑하는 日

먼저 축적의 시간이 다르다. 일본 정부가 한국으로의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한 고순도 불화수소의 경우 금속은 물론 유리나 실리콘까지 녹인다. 이런 특성 때문에 반도체 회로의 패턴 가운데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은 깎아내는 식각 공정에 사용된다. 일본 스텔라, 모리타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한다. 국내 업체 중에는 솔브레인, 이엔에프테크놀로지 등이 공급사다. 하지만 이들 업체도 원재료는 일본 업체로부터 수입한다. 저순도 불화수소를 정제해 고순도로 가공해 공급하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불화수소는 모든 물질을 녹여버리는 특성 때문에 ‘관리 노하우’도 제조 기술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100년 넘게 정밀화학 소재를 제조하고 관리해 온 일본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토 리지스트(감광액)는 웨이퍼 위에 회로를 인쇄하는 노광 공정의 핵심 요소다. 일본 스미토모, 신예츠, JSR(일본합성고무) 등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주로 공급한다. 한국에서는 금호석유화학, 동진쎄미켐, 동우화인켐 등이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후발주자들이다. 상대적으로 공정 난도가 낮은 영역에서는 국내 업체들의 제품을 쓸 수 있지만 현재 주로 사용되는 ArF(불화아르곤) 노광장비나 차세대 장비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에는 일본산 감광액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이준혁 동진세미켐 부회장은 “동진쎄미켐이 일부 국산화를 이뤄내긴 했지만 화학산업의 특성상 아직까지 일본 기업들과 기술적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범용 제품에 집중했던 韓

주요 화학 대기업 중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필수적인 정밀화학 소재를 제조하는 회사도 많지 않다. 국내 화학 대기업들은 범용 제품에 대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늘리면서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JSR은 범용 제품에서 정밀화학으로 눈을 돌려 ‘체질개선’에 성공했다. 금호석유화학에 합성고무 기술을 전수해준 회사다. 하지만 1990년대 말이 되자 한국과 중국 업체들이 범용 화학 제품 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했다. 더이상 범용 제품에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일본 업체들은 정밀화학 제품으로 눈을 돌렸다. 합성고무 1은 150만~200만원 수준이지만, 감광액은 1갤런이 350만원에 달할 정도로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금호석유화학도 전자소재사업을 하고 있지만 주력 사업이 아닌 만큼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지는 못했다. 반도체 산업은 빠른 속도로 공정 미세화가 진행되는 만큼 새로운 공정이 발표될 때마다 그에 맞는 소재 개발도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국내 업체들 입장에선 이미 일본 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 투자를 늘리기는 어려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국내 업체와 협업을 할 경우 공정 미세화 속도가 늦춰질 수 있고, 한치의 오차라도 나면 웨이퍼를 대량 폐기해야 하는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산업의 특성상 기회 비용을 감수하지 않았다.

일부 차세대 소재의 경우 국내 대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불소처리를 통해 열 안정성과 강도를 강화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PI) 필름이 대표적이다. 폴더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다. 이 제품도 일본의 수출 제한 품목에 포함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는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고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을 ‘차세대 먹거리’로 개발했다. 하지만 제품 완성도와 양산 등의 문제로 삼성전자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에 스미토모화학 PI필름을 적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단기적으로는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 ‘악재’로 작용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소재 생태계 구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이웃나라인 일본 화학업체들이 정밀소재 분야를 꽉 잡고 있었고, 이미 관련 생태계가 구축된 상황에서 시장을 빼앗아 오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JSR처럼 전자소재사업 등 고부가가치 사업으로의 전환을 서둘러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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