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14일 오후 2시39분
이화여대 상권의 중심축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오랜 법정 다툼과 상권 침체로 경영난을 겪은 신촌역사(사진)가 회생절차에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회생 방안이 모색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촌역사의 회생절차를 맡고 있는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12일 ‘신촌역사 주식회사’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내렸다.
지난 6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대우건설 등 대주주와 티알글로벌 등 채권자 양측이 법원에 신촌역사 회생을 각각 신청한 지 약 2개월 만이다. 법원은 이 가운데 대주주인 코레일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코레일과 대우건설은 신촌역사 지분을 각각 29.41%, 17.94% 보유하고 있다.
지하 2층~지상 6층에 연면적 3만㎡인 신촌민자역사는 2006년 세워졌다. 1~4층엔 동대문 패션의 대중화를 이끈 종합쇼핑몰 밀리오레, 5~6층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 메가박스가 입점해 인근 상권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개장 후 10년이 지나도록 신촌민자역사는 ‘유령건물’처럼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신촌역사가 보증금과 임대료 체납 문제로 입점 업체인 밀리오레의 운영사 성창F&D와 10년 가까이 법정 다툼을 벌였기 때문이다.
1990년대 패션·미용의 중심지였던 이대 상권 몰락도 신촌역사의 경영난을 가중시켰다. 이대 상권은 스타벅스 등 커피전문점과 미스터피자, 미샤 등 유명 프랜차이즈점들이 1호점을 낼 정도로 핵심 상권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홍대와 이태원 등 다른 상권에 밀리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 때문에 신촌민자역사는 개장 후 입점률이 30%에 불과했다. 2012년 이후 1~4층은 아예 비워진 채로 방치돼 왔다. 입점 업체 중 메가박스만 제 기능을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10년 넘게 이어졌다. 2016년 말 기준 신촌역사의 자산은 437억원, 부채는 223억원이다. 신촌역사는 2015년 40억원, 2016년 37억원 등 계속된 영업손실로 체납세액만 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촌역사의 회생작업이 본격화하면서 코레일 등은 매각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이 회생절차 신청에 앞서 자체 실사한 신촌역사의 계속가치는 197억원, 청산가치는 102억원이었다. 매각이 이뤄진다면 코레일을 포함한 대주주들의 구주 인수나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인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법정관리 전문 회계사는 “1~4층이 비어 있는 상황에서도 영화관이 꾸준히 영업할 수 있을 만큼 입지는 좋은 곳”이라며 “새 사업자를 유치하는 데는 코레일 등 대주주들의 협조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촌역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인근에 신촌 현대백화점 외에는 큰 쇼핑시설이 없어 대형 유통 브랜드가 들어오면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최근 오피스텔이 많이 들어서 배후 수요가 늘어난 것도 회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민경진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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