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영화감독과 허준이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38) 등 6명이 ‘2021 삼성호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호암상은 올해부터 국가 기초과학 육성을 위해 과학상을 2개 부문으로 확대해 수상자를 6명으로 늘렸다.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기초과학기술 분야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KS:005930)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재단 측 설명이다. 상 명칭도 ‘호암상’에서 국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삼성호암상’으로 변경했다.
호암재단은 6일 올해 수상자로 △허준이 교수(과학상 물리·수학부문) △강봉균 서울대 교수(60·과학상 화학·생명과학부문) △조경현 뉴욕대 교수(36·공학상) △이대열 존스홉킨스대 특훈교수(54·의학상) △봉준호 감독(예술상) △이석로 방글라데시 꼬람똘라병원 원장(57·사회봉사상)을 선정했다.
허 교수는 수학 분야의 오랜 난제였던 ‘리드 추측’과 ‘로타 추측’을 대수기하학적인 방법론을 통해 해결했다.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통하는 필즈상의 강력한 수상 후보로 꼽힌다.
신경생물학자인 강 교수는 화학·생명과학부문 과학상을 받는다. 그는 뇌에서 기억이 저장되는 장소를 분자 세포 수준에서 관찰하는 데 최초로 성공해 기억 저장과 조절의 원리를 밝혀냈다. 그의 연구 성과는 앞으로 치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 다양한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교수는 인공지능(AI)이 문장 내 어느 부분이 중요한지 스스로 학습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공로로 공학상 수상자에 선정됐다. 의학상 수상자인 이 교수는 신경과학, 심리학, 경제학을 융합해 ‘신경경제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탄생시켰다. 영화 ‘기생충’의 메가폰을 잡은 봉 감독, 27년간 의료봉사를 펼쳐온 이 원장은 각각 예술상과 사회봉사상 수상자로 뽑혔다.
올해 삼성호암상이 개편된 데는 기초과학 분야 시상을 확대하자는 이 부회장의 제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공학이나 의학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를 통해 산업 생태계의 기초를 단단히 다지고,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자는 취지다. 호암재단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제안에 따라 과학상을 확대하면서 역대 호암상 수상자, 호암상 심사위원, 호암상 위원, 노벨상 수상자 등 국내외 다수의 학계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다”고 말했다. 역대 호암상 수상자 중에는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2018년 호암 공학상) 등 노벨상 후보자로 거론되는 학자도 다수 포함됐다.
호암상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의 인재 제일과 사회공익 정신을 기려 학술·예술 및 사회 발전과 인류 복지 증진에 탁월한 업적을 이룬 인사를 현창하기 위해 1990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제정했다.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메달, 상금 3억원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6월 1일 열릴 예정이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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