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민경하 기자 = 정부 지원금 7000억원을 들여 지난 5년간 벌여온 스마트공장 사업 허점이 잇달아 드러나고 있다. 관련 사업을 총괄 지휘하는 책임자조차 사업 추진 방식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며, 정책 효용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만난 박한구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장은 "국내 스마트공장 정책의 문제점은 제조실행시스템(MES)만 도입하면 스마트공장 구축이 완료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도 써먹을 사람이 없으니 활용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스마트공장의 정책적 결함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스마트공장 정책은 작년까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민관합동스마트공장추진단과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각각 진행해왔다.
이후 범정부 차원에서 콘트롤 타워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중기부 산하 단일조직인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이 올해 7월 출범했다.
박한구 초대 단장은 민간 출신으로 포스코ICT 스마트공장 사업을 이끈 바 있으며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 "스마트공장 숫자 늘리기 급급한 방식, 효용성 떨어져"
스마트공장 보급 지원 사업은 정부가 중소기업 제조 현장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공장은 설계부터 개발·제조·유통·물류 등 생산과정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생산성과 품질, 고객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지능형 생산 공장을 뜻한다.
이 사업은 스마트공장 보급을 원하는 업체(도입기업)가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공급기업)와 1대 1 매칭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정부에 지원을 신청하고 평가를 통해 사업비의 최대 5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 약 7900개의 업체가 스마트공장을 구축했으며 올해까지 총 1만2300개(추진단 추산)로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박한구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단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에서 열린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출범식 및 스마트공장 상생 협약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19.07.02 alwaysame@newspim.com |
박 단장은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도입 기업에 무작정 지원금을 줬던 것처럼 지금 스마트공장 정책도 필요도 없는 기업에게까지 MES만 뿌리고 있다"며 "생산 과정이 여전히 수동으로 돌아가는데 MES 구축해서 데이터 입력까지 시키면 무슨 소용이 있나. 일만 두 배로 늘어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MES, ERP 다 갖춘 기업들도 활용하고 유지·보수할 인력이 없으니 전혀 활용성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RP와 MES 모두 스마트공장을 구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소프트웨어 시스템으로 생산 공정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설비 자동화가 이뤄지지 않아 데이터도 자동으로 입력되지 않는 상황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스템을 도입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또한 기업마다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는 인력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방치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게 박 단장의 설명이다.
◆ "기존에 구축된 스마트공장 활용도 높이는 방안도 함께 추진해야"
박 단장은 MES 도입 보다 설비 자동화 시스템 도입이 중소기업에 더욱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 추진단장으로 부임하자마자 근로자수 200인 이하 기업에는 MES를 설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200인 이하 기업에서는 3D·단순반복작업을 줄이는 설비 자동화가 더 낫고, 실제로도 그걸 원한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지난 7월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을 신설하면서 오는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보급 기업을 3만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내년도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에 책정된 예산은 4150억원으로 올해 3125억원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장기적인 목표를 맞추기 위해 매년 예산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존에 구축된 스마트공장의 활용성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박 단장은 스마트공장 보급을 결정하는 평가위원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인정했다. 뉴스핌은 지난달 일부 스마트공장 심사체계의 불투명성과 평가위원들의 전문성 부족을 지적한 바 있다. ▶관련기사 스마트공장 '깜깜이 심사'에 불법청탁 난무... 중기부 '관리 허술' (뉴스핌 10월 23일)
박 단장은 "스마트공장 정책을 지역 테크노파크(TP)별로 확대해서 실시하다보니 평가위원들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다 모아서 사업 승인 기준에 대해 교육을 해도 막상 현장에서는 자기가 맘대로 평가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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