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9월03일 (로이터) - 국제유가가 31일(현지시간) 하락했다. 글로벌 무역전쟁이 에너지 수요를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재점화됐다. 다만 미국의 이란 제재 임박, 베네수엘라 산유량 감소 등의 요인으로 하락폭은 제한됐다.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산 경질유(WTI)는 45센트 내린 배럴당 69.80달러로 장을 마쳤다. 브렌트유는 35센트 하락한 배럴당 77.42달러로 마쳤다.
월간 기준으로 WTI는 1.5%, 브렌트유는 4.3% 올랐다. 유가는 베네수엘라 산유량 급감, 미국 제재 임박에 따른 이란 석유 수출 감소의 여파로 상승해왔다. 미국의 이란 석유분야 제재는 오는 1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유가가 하락했다. 리터부쉬 앤 어소시에이츠의 짐 리터부쉬 대표는 보고서를 통해 유가가 "증시를 따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증시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갈등의 여파로 세계 석유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생겨나 약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마켓 지수는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강화할 준비가 돼있다는 보도가 나와 위험선호 심리가 꺾인 영향이다. 이머징마켓 지수는 이주 초 기록한 상승폭의 일부를 반납했다. 전일에는 아르헨티나 통화 약세가 이머징마켓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 지수가 하락했다.
전일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위협의 메시지를 보냈다. 아울러 중국산 제품 2000억달러에 대한 추가 관세를 조기에 부과할 가능성이 보도됐다.
에너지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31일) 미국의 원유 시추공 수는 2개 늘어난 862개를 기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이날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6월 산유량은 일평균 1067만4000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EIA가 별개로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6월 원유 수출은 20만배럴 늘어 사상 최대치인 일평균 220만배럴을 나타냈다. 전년동월 기록에 비해 2배 많은 수준이다.
한편 로이터 설문 결과 8월 중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은 일평균 3279만배럴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로이터 설문에 응한 석유 애널리스트들은 유가 전망치를 올 들어 처음으로 하향했다. 글로벌 무역 관련 우려가 커진 탓이다. 45명의 이코노미스트들과 애널리스트들을 로이터가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72.71달러로 전망됐다. 지난 7월 전망치인 배럴당 72.87달러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올 들어 지금까지의 브렌트유 가격 평균치인 배럴당 71.96달러보다는 높다.
내년 브렌트유 가격은 평균 배럴당 72.58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지난 28일까지 일주일 동안 뉴욕과 런던에서 WTI 선물과 옵션에 대한 투기적 거래자들의 순매수(net long) 포지션은 36만9853계약으로 2만8720계약 늘었다.
지난 7월9일 CFTC가 포지션 증가를 발표한 이래 WTI 순매수 포지션이 늘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