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또다시 맡기로 한 것은 허 회장 이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25일 낸 자료에서 “전경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허 회장을 재추대해야 한다”는 쪽으로 재계 원로들의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경련 관계자는 “후임자가 마땅치 않아 허 회장이 연임을 수락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허 회장은 2011년 전경련 회장에 오른 뒤 2년 임기의 회장직을 이미 다섯 차례나 했다. 이번 여섯 번째 임기를 채우면 12년이나 맡게 된다. 1977년부터 1987년까지 10년간 내리 전경련 회장을 했던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넘어서 최장수 회장이 된다.
허 회장도 과거 연임 시기가 임박할 때마다 전경련 회장직을 내려 놓으려 했지만 유력한 후보들이 나서지 않으면서 ‘총대’를 메는 상황이 되풀이됐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서 전경련이 연루된 것이 드러나자 다들 회장직을 꺼렸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이 전경련에서 탈퇴하면서 위상도 축소됐다.
허 회장은 지난해 GS그룹 회장직을 넘겨준 뒤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면서 전경련 회장도 더 이상 맡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신임 회장 후보로 거론되긴 했으나 이들은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조차 꺼려 대안을 찾지 못했다.
허 회장의 연임으로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경련, 한국무역협회 등 올해 회장 임기가 끝나는 세 경제단체의 차기 수장들이 모두 결정됐다. 최태원 SK 회장은 다음달 24일 의원총회에서 대한상의 회장으로 선출된다. 구자열 LS그룹 회장도 지난 24일 한국무역협회장으로 선임됐다. 다만 새로운 재계 인사가 수장을 맡은 대한상의, 무협과 달리 전경련은 구인난을 겪다 허 회장의 연임이 결정된터라 쇄신 요구는 계속해서 제기될 전망이다.
재계 일각에선 정부의 ‘전경련 패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허 회장이 규제혁신 요구와 반기업 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고립무원 상황에서도 허 회장이 맡은 책임을 다하는 자세는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다만 “다른 경제단체들이 새 인물을 영입하며 변화를 꾀하는 상황에서 전경련이 허 회장 체제 아래서 새로운 활동 방향을 찾아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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