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0월20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달러/원 하락 추세가 강화되는 가운데 20일 환율이 18개월 만에 처음으로 1130원대로 들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공포로 지난 3월 1296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코로나19 흔적을 모두 지워낸 채 작년 4월 수준인 1130원대로 내려앉았다.
이달 초만 하더라도 미국 대통령 선거 관련 불확실성이 달러/원 하락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며 달러 약세가 두드러지자 오히려 환율 하락압력은 거세졌다.
이에 더해 중국의 경제 회복력과 외인 자본 유입을 바탕으로 강세 기조를 굳히고 있는 위안화 흐름에 적극 편승 중인 원화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서도 한발 비켜서면서 여타 다른 통화와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10월 원화는 달러 대비 약 2.5% 절상 중이다. 연간 기준으로는 원화는 1.4%, 위안화는 4% 각각 절상률을 기록 중이다.
▲ 심리, 수급 모두 돌아섰다
외환딜러들은 당분간 달러/원 환율의 반등 여력이 크게 낮아졌다고 평가하면서 달러/원 1120원대를 가시권으로 뒀다.
역외투자자들 중심으로 달러 매도세가 나오고 있지만 그간 달러를 쟁여왔던 국내 투자자들의 달러 매물도 함께 소화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A은행의 외환딜러는 "역외들이 달러를 팔고 있는데 이와 함께 연초부터 코로나 상황을 대비한다고 달러를 들고 있었던 국내 투자자들의 영향도 있어 보인다"면서 "최근 환율과 코스피와의 연관성이 다소 떨어진 데는 이같은 스탑성 물량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올해 외환시장의 뜨거운 수급 재료 중 하나였던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열풍도 10월 들어 다소 사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이달 16일까지 개인들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약 6.8억달러 수준에 그쳤다. 지난 7월 개인의 해외주식 투자가 32억달러까지 급증하고, 9월에는 28억달러 규모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10월 들어 열기가 다소 식은 셈이다.
B은행의 외환딜러는 "이전에는 환율이 하락할 때 달러 보유를 위한 매수 수요가 붙었다면 최근에는 이같은 사자세가 크게 완화됐다. 또한 개인들의 해외주식 투자도 주춤한 것으로 보이는데 수급상 오퍼 우위 여건이 지속될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달러/원 하락 전망이 강화되는 여건에서 시장참가들이 꼽는 변수는 아무래도 외환당국의 개입 여부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최근 환율 흐름이 국내 외환수급 상황과 괴리된 측면은 없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외환시장 안정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화 절상을 막기 위한 당국의 대응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만큼 시장의 결을 돌려세우기는 역부족일 가능성이 크다.
외환당국이 개입내역을 공개한 2018년 하반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외환 순거래액은 항상 순매도 우위였다.
최근 20일간 원화와 위안화와의 상관성은 약 0.8까지 높아져 있다. 달러 약세 모멘텀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 한 당분간 위안화와 원화의 동반 강세 가능성을 두고 시장참가자들의 저울질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C은행의 외환딜러는 "대외 여건 및 경제 여건 상의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시장이 현재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은 이같은 부분이 아니"라면서 "환율이 반등할 여력이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환율은 아래쪽 흐름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율의 1120원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편집 임승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