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DEA서 대상 받은 식기세척기.
밑부분에서 물을 뿌려주는 로터(회전체)가 둥글게 회전한다. 이를 통해 나온 물이 식기 모서리 구석구석까지 세척한다. 직사형으로 물을 뿌려 씻기지 않는 ‘빈틈’이 나오는 기존 식기세척기와 다른 점이다. 이런 구조를 지닌 ‘SK매직 트리플케어 식기세척기’가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미국 IDEA에서 최근 대상을 수상했다. IDEA에서 식기세척기가 최고상을 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식기세척기를 디자인한 이는 삼성전자 (KS:005930) 디자인팀 출신인 신동주 SK매직 디자인팀장(사진)이다. 그는 “외관뿐 아니라 내부까지 꼼꼼하게 살피며 제품의 완성도를 높인 것이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신 팀장은 지난해 4월 SK매직 디자인팀에 합류했다. 당시 팀원은 5명. 이 작은 규모가 오히려 신 팀장이 SK매직을 선택하게 된 계기였다. 그는 “디자인 기간이 길어지면 시장 변화를 놓치기 십상”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SK매직 디자인팀 쪽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기에는 더 유리한 환경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美 IDEA서 대상 받은 식기세척기.
신 팀장은 SK매직에 들어오자마자 디자인팀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제품 디자인 과정에서 비(非)전문가의 개입을 최소화했다. 대부분 가전기업이 그렇듯 SK매직 역시 제품 디자인을 두고 수십 명의 의사결정권자가 개입했다.
신 팀장은 이 방식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회사에 건의해 디자인 완성 과정에 개입하는 인원을 대폭 줄었다. 그는 “불필요한 의사결정 과정을 최소화하고 가능한 한 전문인력에 맡기는 것만으로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각 팀원에게 각자의 역할을 명확하게 부여해 책임감을 갖도록 했다. 현재 SK매직 디자인팀은 15명이다. 이들은 제품 디자인과 선행 디자인, 그래픽, CMF(컬러디자인) 등 네 가지 역할 중 하나에 특화돼 있다.
제품뿐 아니라 조직까지 디자인한 신 팀장의 노력은 IDEA 사상 처음으로 식기세척기가 대상을 차지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신 팀장을 비롯한 SK매직 디자인팀이 제품 완성을 위해 들인 기간은 약 1년이다. 외관뿐 아니라 부품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따져 디자인했다.
신 팀장이 특히 눈여겨본 것이 식기세척기 내부 세척장치였다. 단순히 사방팔방 물을 흩뿌리는 구조여서 구석구석 닦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가 대안으로 떠올린 것은 공업기기에 쓰이는 회전형 로터였다. 신 팀장은 이를 3차원(3D) 프린터로 디자인한 뒤 개발팀에 제안했다.
개발팀은 흔쾌히 받아들였고, 그 결과 빈틈 하나 없이 세척할 수 있는 트리플케어 식기세척기가 탄생했다. IDEA는 이 제품이 지닌 탁월한 세척 기능에 주목했다. 국제 3대 디자인상 중 IDEA는 성능 측면을 유독 따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효율적인 조직 개편과 전문성 강화가 이뤄낸 성과”라고 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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