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도전장을 내민 것을 놓고 재계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재계 안팎에선 항공사를 보유한 애경이 시너지를 기대할 수는 있지만 산업 위험이나 재무적인 부담이 클 것이라며, 최종 인수자로 낙점되지 않더라도 애경에겐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많다.
사실상 자금 여력이 좋지 않은 애경이 이른바 '승자의 저주'를 무릅쓰고 항공업계에서 '대물'로 손꼽히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자 나오는 얘기들이다. 애경그룹 측은 이 같은 해석에 선을 긋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경은 전날 마감된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애경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는 대형 항공사를 인수해 항공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애경은 2005년 제주항공을 취항해 10여년 만에 국내 1위 LCC로 키워냈다.
제주항공을 업계 최고로 만들어낸 저력에 더해, 수십년간 쌓은 대형 항공사를 인수한다면 최대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 '글로벌 항공사' 도약 기회 비용, 1.5조원 이상
[자료제공=애경그룹] |
다만 애경의 자금 사정이 걸림돌이다. 아시아나의 인수 가격은 1조5000억원에서 2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애경의 현금성 자산은 올해 3000억~4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매각가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아시아나항공] |
자금 여력이 없는 애경의 도전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애경의 셈법에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최종적으로 인수하지 않더라도 '남는 장사'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업 실사과정에 실익이 있다'는 전략적 접근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실사를 받게 된다면 아시아나의 핵심 경영 노하우를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애경은 대형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만한 자금 여건이 안 된다"며, "단독으로 인수전에 참여한 것은 전략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최종 인수하려는 의도를 갖고 준비를 했겠지만, 실사까지만 가도 아시아나의 경영 노하우를 확보할 수 있기에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한 듯하다"고 말했다.
◆ "단독인지 컨소시엄인지 비공개.. 다양한 전략 세워"
특히 '승자의 저주'에 대한 의견도 많다. 아시아나항공의 6월 부채비율(연결기준)은 659.5%로 약 7조원에 달한다. 애경의 지주사인 AK홀딩스의 부채비율도 183.2%로 다소 높은 편이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까지 떠안는다면 AK의 부담은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재정 악화 우려에 애경산업의 주가는 출렁였다. 애경그룹의 애경산업은 이날 증권거래소에서 주가가 전날보다 1400원, 4% 이상 하락한 3만2400원에 거래됐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제주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최대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인수를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단독으로 예비입찰에 참여를 했는지, 컨소시엄을 구성했는지 아직은 공식적으로 밝힐 수 없다. 다만 최종적으로 인수를 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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