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줄곧 한국 주식을 사 모으던 외국인 투자자가 떠나고 있다. 1주일 새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5000억원어치를 내던졌다. 원화 약세와 함께 상장사 ‘어닝쇼크’ 행진이 이어지자 한국 시장에서 급격히 발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67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하루 순매도 규모로는 작년 10월 23일 이후 최대였다. 코스닥시장의 외국인 순매도 규모(1709억원)도 작년 3월 27일 이후 가장 컸다.
외국인의 변심이 시작된 것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된 지난주부터다. 지난 9일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6일 연속 순매도하며 1조4984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올해 꿋꿋하게 지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외국인이 떠나자 코스피지수도 급락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2203.59에서 2067.69로 6.17% 하락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2000선도 위태롭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슷한 규모의 매도세가 이어졌던 작년 10월에도 코스피지수 2000선이 무너졌다.
외국인 자금 이탈 원인으로는 급격한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약세)과 미·중 무역갈등 격화로 인한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꼽힌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원90전 오른 달러당 1191원50전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192원40전까지 올라 2017년 1월 11일(1202원) 이후 2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이 환차손을 우려해 한국 증시에서 돈을 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삼성전자 한국전력 이마트 등 주요 상장사들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줄줄이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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