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절대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헤지펀드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사모대출펀드(PDF), 멀티애셋 등 새로운 대체투자 자산을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주식·채권 등 전통 투자자산이 아닌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해 위험 대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3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체투자 집행개선 방안’을 의결했다. 전체 자산 중 대체투자 비중이 11.6%(2월 말 기준)에 불과해 해외 선진 연기금에 비해 수익률은 낮고 변동성은 높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비중을 올 연말까지 12.7%, 2023년까지 15% 내외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본지 4월 22일 A1·A10면 참조
기금위는 우선 대체투자의 의사 결정 과정을 줄여 집행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건당 투자 규모가 5000만달러(약 580억원) 미만이거나 공동투자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 기금운용본부 내부에서 소위원회를 열어 빠르게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통상 8주 정도 걸리던 투자 결정 기간을 4주 이내로 단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건당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한 개 사모펀드(PEF)에 1000억원만 투자할 수 있었다면 앞으로는 이를 5000억원으로 늘리겠다는 뜻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체투자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좋은 투자 건은 빠르게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다른 투자자에게 기회를 빼앗긴다”며 “국민연금은 그동안 의사결정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려 좋은 투자 기회를 놓친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대체투자의 속도뿐 아니라 폭도 넓히기로 했다. 사모대출펀드, 멀티애셋과 같은 새로운 자산군에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텄다. 전체 자산의 2.4%(약 16조원)까지 새 자산군을 편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PEF, 인프라, 부동산 등에만 투자할 수 있어 대체투자 비중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앞으로는 시장 변화와 새로운 금융 상품 등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헤지펀드 투자도 더 적극적으로 하기로 했다. 기금위는 2015년 전체 자산의 0.5%까지 헤지펀드 투자를 허용하면서 재간접펀드(펀드오브펀드)를 통해서만 투자하도록 했다. 이에 국민연금은 2016년 미국 블랙록과 그로브너에 각각 5000억원을 펀드오브펀드 방식으로 위탁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국민연금이 직접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운용사를 선정하는 싱글펀드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위탁 수수료를 줄이고 헤지펀드 운용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투자 업계는 보고 있다.
유창재/황정환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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