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봄이 기자 = 계란(달걀)의 안전성 문제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여전한 가운데, 다음 달부터 달걀 껍데기에 산란일자를 표시하도록 하는 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정부는 소비자에게 정보 제공을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제도를 도입했으나, 제도 시행을 한 달 여 앞둔 시점까지 반발이 만만치 않다.
양계 업계는 산란일자 추가 표시 등에 따른 부담을 농가에 떠넘긴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산란일자 표시가 살충제 계란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은 아니란 점에서 불만이다.
[자료=식약처 홈페이지] |
식약처는 다음 달부터 소비자가 달걀을 구입할 때 언제 낳은 달걀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을 확대하기 위해 달걀 껍데기에 산란일자 표시(△△○○·월일)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기존에 생산자 고유번호(5자리)와 사육환경번호(1자리)에 4자리를 추가로 표기하는 것이다.
또한 4월부터는 가정용으로 공급되는 달걀이 안전하게 유통되도록 식용란선별포장업소에서 세척·검란·살균 등 위생적 처리를 거치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다만 6개월의 계도 기간을 두었다.
하지만 업계에선 두 제도 모두 실효성이 떨어지고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이홍재 양계협회 회장은 "산란일자 표기는 소비자가 구매 전에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포장유통 의무화는 이를 불가능하게 한다"면서 "산란일자 난각 표기는 결국 식용란선별포장업으로 실효성이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실상 산란일자 표기는 계란 안전성과는 무관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며 "식용란선별포장업도 계란유통센터(GP) 인프라가 완전히 구축된 이후에 시행해야 한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보호받는 대책에는 많은 시간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7년 국산 계란에서 맹독성 살충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되면서 전국적으로 계란 판매가 중단됐다. 서울 용산구 이마트 계란판매대에 판매 중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참고사진) /이형석 기자 leehs@ |
한 양계업계 관계자는 "산란일자가 늦은 계란은 품질에 전혀 이상이 없어도 먹을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소비가 감소하고, 그 부담은 농가에 전가될 것"이라며 "신선한 계란을 공급하기 위해선 콜드체인시스템 확립, GP 설립이 우선 필요한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은 산란일자 표시에 의문을 보였다. 40대 직장인 정모 씨는 "산란일자 표시가 달걀 신선도를 고려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안전성 판별과는 무관한 것 같다"면서 "소비자들은 살충제 등 유해물질 검출을 걱정하는 것이다. 그나마 신뢰가 가는 유기농 계란만 먹으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식품 정책의 일원화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현재 식품 안전대책은 식약처와 농림축산식품부가 함께 맡고 있다. 이렇다 보니 부처 간에 엇박자 정책을 내놓거나 정책 통일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한 부처에서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bom22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