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런 애스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한국의 성장 방법으로 “새로운 시장을 열고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야 하는 만큼 모든 규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재검토해야 한다”고 5일(현지시간) 조언했다.
애스모글루 교수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AEA)에서 기자와 만나 “규제가 많다는 건 우리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말”이라며 “우버 차량공유 서비스와 같은 혁신적인 서비스를 규제한다면 신산업을 창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밝힌 것처럼 공정한 경쟁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를 거듭 강조했다. 개인에게 혁신을 장려하고 돈을 벌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독점적 힘을 가지는 대기업이라면 적절한 규제가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지나친 규제는 또 다른 극단으로서 포용적 성장과 맞지 않는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애스모글루 교수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 따르면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전성기를 누렸던 13세기 한 번의 무역거래를 위해 ‘코멘다(commenda)’라는 초기 형태의 합자회사를 세울 수 있게 했다. 코멘다를 구성하는 두 명의 파트너 중 한 명은 자본을 댔고, 다른 한 명은 목숨을 걸고 배를 타고 무역거래를 했다.
이를 통해 돈이 없는 젊은이들이 무역에 뛰어들어 부를 창출했다. 하지만 많은 새로운 부자들이 출현하자 기득권층은 코멘다 계약을 금지했다. 무역은 기득권층의 전유물이 됐고 베네치아는 몰락하기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포용적 성장을 언급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성장 결과가 배분되고 두루 혜택을 누리는 성장이라는 큰 개념이자 포괄적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기회의 평등보다 결과적 평등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다. 하지만 애스모글루 교수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려면 공정한 경쟁 기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애스모글루 교수는 최근 인공지능(AI) 등 자동화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실업자를 양산할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현재 같은 흐름이라면 우려할 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를 개발하면서 자동화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사람을 위한 의미 있는 새 직업을 창출하려는 데 목적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틀랜타=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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