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된 삶을 살고 신뢰받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약속은 꼭 지키세요.”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이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주는 조언이다. 그는 “신뢰는 억만금의 가치가 있지만 절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도 회장은 운용자산 4조7000억원짜리 투자회사를 일궈낸 창업자지만 1년 전에야 내 집을 마련했다. 그전까지는 전세로 살았다. 자신을 믿고 회사에 돈을 맡긴 투자자에게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스틱투자자문 창업 시절 투자해준 친구, 지인, 회사 선후배들이 외환위기가 터지자 돈을 돌려달라고 하는 겁니다. 금리가 연 25%에 달하던 시절이었죠.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서 돈을 갚았습니다. 그래도 안 돼 결국 집을 팔았죠. 그 이후로 20년간 무주택 생활을 했습니다.”
도 회장은 그 후에도 투자자가 지분을 되사달라고 하면 월급받은 돈으로 또는 빚을 내서라도 모두 사줬다. 스스로 ‘가처분소득이 없이 산 인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자신이 똑똑해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며 “사람들은 작은 약속부터 지키는 사람을 돕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크든 작든 입 밖으로 낸 약속은 지키는 일관성이 내 삶의 원칙”이라고 소개했다.
도 회장은 “창업은 꼭 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10년 전에는 상가에 가 보면 고인의 연세가 평균 85세였는데 요즘은 95세”라며 “지금의 젊은 세대는 100년을 훌쩍 넘게 살아야 할 텐데 60세에 정년을 맞는 월급쟁이로만 사는 건 인생 사이클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 회장은 다만 창업에 성공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은 도전정신 하나만으로 창업할 수 있는 미국과는 다르다”며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준비 없이 창업하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마찬가지여서 실패 확률이 100%”라고 설명했다.
“준비라는 건 지식만으로는 안 돼요. 경험과 네트워크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신한금융그룹에서 14년 동안 금융을 경험한 뒤 창업했는데도 어려움을 겪었죠. 경험과 네트워크는 이미 궤도에 오른 조직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창업에 유리한 나이는 없습니다. 무턱대고 퇴사하지 말고 더 이상 그 조직에서 배울 게 없다고 느낄 때 창업에 나서도 늦지 않습니다.”
도 회장은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타이밍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외환위기 직전(1996년)에 창업해 고생을 하긴 했지만 그때 흐름을 타지 못했다면 창업에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흐름을 읽고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서는 역시 많은 사람을 만나 얘기를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 회장은 젊은 창업자들에게 ‘희생과 양보’의 리더십을 주문했다. 그는 “사람들은 거래하면서 모두 다 계산을 한다”며 “나에게 남는 장사만 하려고 하면 자기편을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창업은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에 희생과 양보는 창업의 선행 요건”이라는 설명이다.
“영어는 잘하는 사람을 뽑아서 쓰면 되지만 희생과 양보, 일관성 같은 가치들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황정환/유창재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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