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목표 향해 간다던 물가->1%대 중후반 등락 수정..'인상 가이드라인' 논란 피해간 총재

입력: 2018- 10- 18- 오후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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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저자의 개인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울, 10월18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통화정책과 관련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입장은 경제 성장세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이어가고 물가상승률이 목표(연 2%)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면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의 가이드라인으로 밝힌 내용이다. 이 총재는 이후에도 통화정책의 방향성이 모호해질 때마다 여러 차례 이 발언을 반복했다.

▲물가 이야기 빠진 총재 기자간담회

이 총재는 18일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이전보다 명확한 톤으로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그는 "금융안정에 종전보다 역점을 둬야 하는 상황이 가까이 왔으며 그래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신중'이라는 표현을 뺀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의 상당 부분을 성장률 전망의 하향 조정에도 국내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이날 그의 기자간담회에서 주목할 부분은 그가 한 말이 아니라 하지 않은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총재의 발언에는 이전에 그가 여러 차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던 '물가' 이야기는 없었다. 기자들의 질문이 성장률에 집중된 측면도 없지 않았겠지만 그는 물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거시경제 안정'이라는 표현으로 에둘러 넘어갔다.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까지 올라온 바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초 한은의 예상대로 높아지고 있으며 목표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총재의 발언이 금리 인상 시그널을 주는 데 더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과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 발언 어디에도 물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은 보이지 않았다. 물가가 1%대 중후반에서 등락할 전망이라는 담담한 표현만이 이날 물가 관련 발언의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은의 내년 물가 전망, 물가상승압력 크지 않다는 시인

주목할 부분은 오후에 발표된 한은의 수정경제전망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7월에 내놓았던 1.6% 수준에서 유지했다. 다만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9%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주목할 부분은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 물가전망치다. 한은은 내년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7%를 기록한 후 하반기에는 1.6%로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이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을 목표치인 2%보다 크게 낮은 수준으로 예상했고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낮아질 것으로 봤다는 점을 간과하긴 어렵다.

한은은 정부의 복지 확대 정책이 강화될 것을 감안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각각 0.2%p, 0.3%p씩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반면 내년 하반기에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큰 폭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하반기 소비자물가 전망에 정부 복지정책 부분을 크게 반영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기저효과를 감안한 계산일 수 있다. 기저효과 때문에 올해 국내 물가는 연말로 갈수록 더 상승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로선 지배적이다. 내년에는 반대 방향으로 기저효과가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냐라는 부분이다. 폭염 여파로 급등했던 농축수산물 가격은 곧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변수지만 무한정 상승하기는 어렵다. 연말에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목표인 2%를 찍는다고 해도 추세적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변수다.

유가와 같은 예상치 못한 물가 충격은 일시적인 물가 상승률의 변동을 설명할 수 있지만 지속적인 변동을 설명할 수는 없다. 충격 요인 때문에 단기적으로 물가가 상승할 수 있지만 충격이 사라지고 나면 물가 상승률은 오히려 반락할 수도 있다.

결국 한은 역시 물가 상승률이 목표인 2% 수준 위에서 움직일 수 있는 수요 측 물가압력이 내년까지 형성되기 쉽지 않다는 판단을 한 셈이 된다.

그런 측면에서 한은은 현재의 물가 상승이 추세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 됐다.

그동안 일부 금통위원들은 한은의 물가 전망이 상향 편향돼 있다고 꾸준히 지적해 왔다.

현재의 소비자물가 추세에 관리물가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해도 한은이 구조적인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와 국내 경제에 미칠 장기적 파장에 대해 다소 '나이브'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한은 조사국의 이번 물가 전망은 기존의 상향 편향에서 일정 부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총재는 딜레마에 빠졌다. 물가의 상승 압력이 뚜렷하지 않지만 금리 인상 시그널을 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 기자는 이 총재에게 통방 의결문에 "물가가 상승해 목표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는 표현이 빠진 이유를 물었다. 이 총재는 "그 표현을 쓸 때는 물가가 1%대 초중반일 때인데 이미 물가가 1%대 중후반에서 올라섰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표현을 그대로 이어가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맞는 말 같지만 문제가 있다.

물가 상승률이 1% 중후반에서 등락한다는 내용과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표현의 함의는 분명 다르다. 향후 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한은 총재의 확신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금리 인상 시그널은 나왔다. 총재의 딜레마다.

(편집 유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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