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4월28일 (로이터/브레이킹뷰스) - 회사채 입장에서는 마린 르펜 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더 위험할 수 있다. 극우 성향에 반(反) 유로 선동가인 르펜이 프랑스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위험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은 거의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레버리지(leverage)에 의존해온 기업들은 ECB 총재가 채권시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경우 조정에 취약해진다. 그리고 르펜이 패배할 경우 ECB의 채권시장 지지 철회 가능성은 더 커진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 최종 투표가 2주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신용(credit) 투자자들은 이미 르펜의 패배를 축하하고 있다. 투자등급 이하 기업들의 회사채 디폴트 위험을 측정하는 마르키트 iTraxx 크로스오버 지수는 이번주에만 30bps 넘게 하락, 최저 266bps까지 떨어졌다.
이는 2016년 이후 평균치 보다 거의 60bps 낮은 수치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인 2006년과 2007년 평균치에 해당된다. 한편 마르키트 iBoxx BBB 지수에 따르면 투자등급 채권중 가장 낮은 등급인 BBB 채권은 스왑금리 대비 불과 151bps의 스프레드를 제공한다. 이는 2015년 이후 평균치 보다 거의 30bps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4월 IHS 마르키트 유럽 PMI는 2011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기업 이익이 늘어나면서 비교 레버리지(relative leverage)는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기업들은 차입에 보다 예민해질 수 있다. 무디스에 따르면 투자 등급 이하 기업중 신규 차입자들의 세전영업 현금흐름 대비 부채(debt-to-EBITDA)는 2017년 1분기 평균 6.3배로 나타났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는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25일 독일의 헬스케어그룹 프레제니우스(Fresenius)는 일반 제약회사 에이콘(Akorn)을 매입했고 그 결과 프레제니우스의 부채는 EBITDA의 3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사태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ECB는 국채 매입 규모 축소 작업에 착수했다. 드라기는 ECB 4월 회의에서 자산매입의 추가 감축을 시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경제 성장세가 빨라지면서 드라기는 ECB가 매월 매입하는 80억유로의 회사채를 포함한 자산매입 규모를 추가로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무위험(risk-free) 금리와 기업들이 부채 상환을 위해 지불하는 금리가 모두 오르게 된다. 정치적 위험이 후퇴하면서 ECB가 기다려야 할 이유는 줄어들 것이다. 드라기는 르펜 만큼이나 무서운 인물로 판명될 수 있다.
** 이 글은 로이터 브레이킹뷰스(Breakingviews)의 칼럼니스트 닐 언맥의 개인 견해임을 밝힙니다.
(편집 손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