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수제맥주 업체인 제주맥주가 이달 중순을 목표로 공장 증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이 회사는 이번 증설이 이르면 내년부터 도입될 종량세 시대를 맞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수제맥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제주맥주 공장 모습.
5일 당정협의에서 주세 개편 정부안이 최종 확정되면서 내년부터 시행될 맥주 종량세 시대를 대비해 업계가 분주해졌다.
종량세는 술의 양이나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과세체계로, 상대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낮은 맥주업계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1위(규모 기준) 수제맥주 업체인 제주맥주는 현재 제주 양조장 증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50년 만에 국내 주세 체계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개편되면 제주맥주 같은 소규모 맥주업체의 납부세액이 10% 이상 줄어 가격 경쟁력이 생기고 수요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제주맥주는 이달 중순께 공사가 완료되면 500mL 캔 기준으로 연간 1800만캔의 추가 생산이 가능해진다. 현재보다 생산량이 4배 증가하는 수준이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증가하는 수제맥주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향후 주세법이 개편돼 성장할 크래프트 맥주 시장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이번 공장 증설을 결정하게 됐다"며 "향후 3~4년을 바라보며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만큼 혁신적인 연구 개발로 더 다양한 맥주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수제맥주 전문 스타트업인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도 지난달 경기도 이천에 연간 500만L의 맥주를 추가 생산할 수 있는 양조장을 완공했다.
이 양조장을 통해 전국 유통망도 갖춰 주세가 종량세로 개편되면 본격적으로 열릴 수제맥주 시대를 대비했다는 설명이다.
수제맥주업체인 아트몬스터도 종량세 전환을 예상하고 올 8월 12억원을 투자해 공장 증설을 준비 중이다. 수제맥주업체로는 적지 않은 15명의 신규 채용 계획도 밝혔다.
종량세 시대를 준비하는 건 수제맥주업체 만이 아니다.
오비맥주는 이미 지난 4월 오는 2021년까지 3년간 최소 1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연내에 이천공장에 수제맥주 생산라인 신설을 완료해 맥주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고, 수요 증가에 맞춰 '구스아일랜드'와 '핸드앤몰트' 등 수제맥주 신제품 개발을 공언한 상태다.
오비맥주 모회사인 글로벌 맥주기업 AB인베브는 지난해부터 구스아일랜드(미국), 코나브루잉(미국), 핸드앤몰트(한국) 등 국적을 가리지 않고 수제맥주 양조장을 사들이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3일 소주를 제외한 맥주와 탁주의 세금만 우선 종량세로 개편하는 주세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날 당정은 협의를 거쳐 정부 입법 최종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 뒤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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