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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결단…'5조 적자' 휴대폰 26년 만에 수술대로

입력: 2021- 01- 21- 오전 02:30
© Reuters.  LG의 결단…'5조 적자' 휴대폰 26년 만에 수술대로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의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사진은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관람객들이 LG전자의 ‘LG V50S 씽큐 듀얼스크린’ 스마트폰을 살펴보는 모습. 한경DB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을 대폭 축소한다. 사업을 매각하거나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적적자만 5조원에 달할 정도로 ‘애물단지’가 된 스마트폰사업의 전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20일 권봉석 사장 명의로 발표한 사내 메시지를 통해 “모바일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사장은 스마트폰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 직원들에게 “사업 운영의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고용은 유지하니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며 “사업 운영 방향이 결정되는 대로 소통하겠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선행기술 연구개발(R&D) 등 일부 기능만 남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MC사업본부에서 가장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 제조와 마케팅”이라며 “이를 포기하고 스마트폰 설계 회사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 국내 스마트폰 생산을 중단하고 MC사업본부 인력을 다른 사업부로 전환 배치해 몸집을 줄이는 등의 조치가 이어졌지만 영업이익은 계속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LG전자는 1995년 ‘화통’ 브랜드로 휴대폰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2% 선이다. 프리미엄 제품 시장에선 애플과 삼성전자에 밀리고 있다. 중저가폰 시장에서도 입지가 좁다.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를 당해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야심 차게 선보인 이형 폼팩터폰 LG윙 역시 판매량이 10만 대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1’에서 예고한 롤러블폰이 제때 출시될지도 미지수다. 롤러블폰은 디스플레이 양 끝을 둘둘 말아 화면 크기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제품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는 결정된 것이 없어 롤러블폰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휴대폰 사업 왜 정리하나

듀얼스크린폰·윙 등 전문가 호평에도 시장은 외면

구광모 회장, 非수익 사업 과감하게 정리 나서

롤러블폰 공개는 기술력 과시하기 위한 포석 관측

LG전자가 힘든 선택을 했다. LG전자를 넘어 LG그룹 전체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던 스마트폰 사업에 ‘메스’를 대기로 했다. 누적 적자가 5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사업을 계속 유지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에선 지난해부터 그룹 주요 계열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던 구광모 회장이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마트폰 사업 정리 나서 권봉석 LG전자 사장

LG전자는 2010년 ‘옵티머스’ 시리즈를 선보이며 스마트폰 사업을 시작했다. 영업이익을 낸 것은 잠시뿐이었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 이후 23분기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냈다.

사업부를 매각하거나 접는 게 정석이지만 어느 쪽도 쉽지 않았다. MC사업본부가 ‘선행기술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등 다른 제품을 제조할 때 필요한 핵심 기술 중 상당수가 MC사업본부에서 나온다. 계열사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에도 악영향을 준다. 스마트폰 배터리를 생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 등은 MC사업본부 의존도가 상당하다. 지금까지 LG가 쉽사리 스마트폰 사업을 접지 못했던 배경이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해부터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각 계열사에 CSO(최고전략책임자) 조직을 만들고 중단해야 할 사업과 키워야 할 사업을 골라내는 작업을 했다. 당시 CSO 조직이 내놓은 MC사업부에 대한 평가는 참담한 수준이었다. TV, 생활가전 사업 등을 감안하면 LG전자의 시가총액이 50조원에 달해야 하지만 스마트폰 사업 탓에 20조원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게 골자였다.

‘실용주의 경영’을 내세운 권봉석 LG전자 사장 역시 스마트폰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구광모 회장 주재로 이뤄진 LG그룹 사업보고회에서 스마트폰 사업 존속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MC사업본부를 유지하는 기회비용이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새로운 시도 줄줄이 고배권 사장은 지난 11일 열린 ‘CES 2021’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디스플레이 양쪽 끝을 말아 화면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늘리고 줄이는 ‘롤러블폰’을 선보였다. 당시 업계에선 호평이 이어졌다. 반으로 접히는 기존 폴더블폰과 달리 접히는 부분에 자국이 남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었다. LG전자가 사업 축소 발표 직전 롤러블폰을 공개한 것은 스마트폰 기술력 면에서 세계 최정상급임을 강조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MC사업본부 매각을 염두에 두고 몸값을 올리기 위한 조치였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LG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과 구분되는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여러 차례 선보였다. 2016년 선보인 모듈형 스마트폰 ‘LG G5’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레고처럼 원하는 기능을 조립해 확장된 경험을 선사한다는 콘셉트였다. 결과는 실패였다. 소비자들의 차가운 반응 탓에 추가 모듈을 출시하겠다던 계획도 무산됐다.

2019년엔 탈착식 보조 화면인 ‘듀얼스크린’을 장착한 제품을 내놨다. 폴더블폰에 대항하기 위해 디스플레이를 두 개로 늘린 것. 삼성전자의 첫 폴더블폰 ‘갤럭시폴드’가 품질 문제로 출시가 미뤄지는 가운데 반짝 흥행에 성공하긴 했지만 인기가 오래가지 못했다.

작년 상반기 선보인 ‘LG 벨벳’은 디자인과 가성비를 내세웠다. 하지만 가격과 스펙(사양)을 함께 낮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흥행에 실패했다. 작년 10월엔 겹쳐진 두 개의 화면 중 상단의 화면을 돌려 ‘T자’로 할 수 있는 이형 폼팩터폰 ‘LG 윙’을 내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제품의 판매량이 10만 대에 못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MC사업본부의 수장도 수차례 교체됐다. 2015년 이후 조준호 사장, 황정환 부사장, 권봉석 사장, 이연모 부사장이 MC사업본부장을 거치는 등 부침을 겪었다.

송형석/홍윤정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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