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가격이 2013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온스당 1500달러를 넘어섰다.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투자자가 안전자산에 몰리고 있어서다. 미 중앙은행(Fed)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본격화된 저금리, 약달러가 금값 상승을 더 부추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8월 선물은 2.4% 상승한 1507.30달러에 거래돼 2013년 4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금값은 지난 4일간 6% 이상, 5월 말 이후 15%가량 뛰었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이 글로벌 경기에 큰 타격을 입히고 미 경제마저 끌어내릴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특히 이날 뉴질랜드 인도 태국 등 각국 중앙은행이 잇달아 기준금리를 대폭 내리면서 글로벌 침체 공포가 커졌다. 위험자산 회피로 뉴욕증시 다우존스지수는 장 초반 60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으며,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투자가 쏠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016년 이후 처음으로 한때 연 1.6% 이하를 기록했다.
미·중 갈등 외에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 호르무즈해협 긴장, 한·일 갈등 등 세계 경제를 짓누르는 불확실성은 도처에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이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금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금 가격은 통상 금리가 하락하면 오르기 때문이다. 특히 Fed의 금리 인하는 금 가격엔 큰 호재다. Fed의 정책이 달러 약세를 부추기는 만큼 달러로 거래되는 금값은 상승하게 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저금리와 약달러, 무역갈등, 이란 등 지정학적 위험 상승 등 네 요인이 완벽한 조합을 이뤄 금값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헤지펀드 등의 금값 상승에 대한 베팅은 2016년 이후 최고로 올라갔다. 블룸버그통신은 “올 들어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엄청난 자금이 금시장으로 유입됐다”며 “금값은 올해 17% 올랐고, 은도 덩달아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레이 달리오, 폴 듀터 존스, 제프리 건들락 등 월가 유명 투자자가 금 매수를 권하기도 했다.
여기에 중앙은행 수요도 가세했다. 중국 러시아 등 각국 중앙은행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금 보유량을 늘려왔다. 미국 달러를 줄이고 보유자산을 다각화하려는 시도다. 월드골드카운슬(WGC)에 따르면 중앙은행들은 2018년 650t 이상의 금을 구매했으며, 올 상반기에도 374t을 사들였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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