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시장의 예상보다 빨리 양적완화 카드를 다시 꺼냈다. 지난달 통화긴축 정책을 종료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최근 미국 초단기 자금시장에서 금리가 폭등하는 등 유동성 부족 조짐이 불거진 탓으로 풀이됐다.
파월 의장은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예상보다 빨리 대차대조표 확대를 재개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며 “시장 상황을 살펴 적정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은행이 대차대조표를 확대한다는 것은 국채를 매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시장에 푼다는 얘기다. 씨티그룹은 이와 관련, Fed가 10월 FOMC에서 매월 20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 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월가에선 사흘째 단기자금 경색 현상이 나타났다. 금융회사들끼리 주고받는 하루짜리 자금(오버나이트) 금리는 지난 16일부터 뛰기 시작했다. 17일엔 연 10%까지 치솟았다. 이에 공개시장 조작을 담당하는 뉴욕연방은행이 17일 530억달러를 긴급 투입했다. 18일에도 자금 부족이 해소되지 않자 뉴욕연방은행은 750억달러를 더 풀었다. 하지만 오버나이트 금리는 기준금리를 크게 웃돌아 연 2.6%를 나타냈다. 뉴욕연방은행은 19일에도 최대 750억달러를 투입할 방침이다.
통상 오버나이트 금리가 기준금리를 벗어나는 건 대형 금융사고나 위기가 불거졌을 때다. 구라프 사롤리야 옥스퍼드이코노믹스 거시경제담당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Fed가 단기 금리의 통제력을 잃었다는 불안감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월가에선 Fed가 2017년 10월부터 긴축으로 돌아서 자산을 4조5000억달러에서 3조76000억달러까지 줄인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유동성이 감소한 상황에서 미 재무부가 국채 발행을 늘려 자금을 흡수하고, 기업의 3분기 법인세 납부까지 겹치자 자금 경색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Fed가 조만간 양적완화를 재개해 시중 유동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월 의장은 이에 대해 “일시적 자금부족에 따른 것으로 경제상황과 통화정책과는 관련이 없다”면서도 “단기자금 시장의 압력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도구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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