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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소송전으로…주가 '뚝' 떨어진 남양유업 [딜 리뷰]

입력: 2021- 09- 06- 오후 02:50
© Reuters.  결국 소송전으로…주가 '뚝' 떨어진 남양유업 [딜 리뷰]

올 초 28만2000원(1월4일 종가)이었던 남양유업의 주가는 '불가리스 사태'와 '홍원식 회장 사퇴' 등의 난관을 넘어 최대주주 지분 매각 발표(5월 27일) 이후에서야 급등했습니다. 5월27일 종가 기준 43만9000원이던 주가는 다음날 57만원, 이튿날엔 70만원까지 뛰었죠. 한때 장중 81만원까지 주가가 치솟자 홍 회장은 "너무 싸게 샀다"는 지인들의 말에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돈 앞에서는 명예도, 자존심도 없다고 했던가요. 결국 이 계약은 약 3개월 만에 법정 다툼으로까지 치닫게 됐습니다. 매수자인 한앤컴퍼니가 홍 회장 측에 주식 매매계약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죠. 홍 회장도 계약 종결 시점인 8월31일을 넘겼다며 한앤코와의 계약 무효를 선포(?)했죠.

법조계에선 7월30일 임시주주총회에 홍 회장이 불참했을 때부터 이럴 것을 예상했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는데요, 승소를 확신하는 한앤컴퍼니와 더 비싼 값에 재매각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홍 회장. 둘 중 누가 승자가 될까요? 70만원 후반대를 웃돌던 주가가 49만원(3일 종가)까지 급락한 걸 보고 홍 회장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저는 언제까지 남양유업으로 딜 리뷰를 쓰게 될까요?(몇 년이 걸릴 수도…) 이밖에 공격적 행보에 나선 GS, 인기 있는 ESG 관련 매물과 식품업체 등 지난 2주 간의 M&A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1. 49만원까지 떨어진 남양유업 주가의 의미

"홍 회장이 그럴 줄 알았다."

최근 한앤컴퍼니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간의 지분 매각에 관한 소송전을 두고 인수합병(M&A) 업계에선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홍 회장의 임시주총 '노쇼'만 봐도 충분히 예견할 만 했다는 겁니다. 한 변호사는 "홍 회장이 너무 뻔한 수만 쓰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결국 핵심은 "한앤컴퍼니와 계약한 금액보다 더 비싸게 팔고 싶다"는 건데 그러려면 기업가치를 올리고 주주들의 마음을 사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도 매우 공감이 가는 대목입니다.

이번 일로 한때 장중 81만원까지 치솟았던 남양유업의 주가는 49만원(지난 3일 종가)까지 고꾸라졌습니다. 홍 회장이 한앤컴퍼니와 계약을 맺었던 지난 5월 당시 매각가는 주당 81만3000원이었죠. 그때 남양유업의 기업가치는 5850억원(우선주 500억원 제외). 경영권 프리미엄은 주가의 52%였습니다. 당시 사모펀드(PEF) 업계에서 "싸게 사긴 했다"는 말이 나온 이유에 대해 차준호 기자의 기사를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지난 5월 주가의 두 배 가까이 되는 값에 회사 경영권을 매각했던 홍 회장은 "너무 마음에 드는 가격이다, 한앤컴퍼니가 마음 바뀌기 전에 계약하자"고 서둘렀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주가가 70만~80만원대까지 뛸 줄은 미처 몰랐겠죠. 매각과 동시에 갑자기 주가가 상승하고 두 아들을 비롯해 주변에서 "너무 싸게 팔았다"고 부채질하자 그의 마음이 바뀐 것으로 보입니다.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남양유업 주가 흐름의 원인입니다. 과연 홍 회장은 6~7월의 주가와 지금의 주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능' 주장으로 검찰에 송치되는가하면, 대리점에 밀어내기 갑질을 하는 등 그간 남양유업의 경영 문제는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현명한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죠. 매각 발표 직후 주가가 급등한 건 "아, 이젠 오너리스크 없이 남양유업이 괜찮은 회사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걸, 매각이 불발되고 소송전으로 번지면서 다시 주가가 고꾸라진 건 "남양이 남양했다"는 평가를 받은 결과물인 걸, 홍 회장만 모르는 걸까요. 진심으로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소송은 어떻게 될 것 같냐, 가 핵심 쟁점으로 남았습니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이미 계약이행이 상당 부분 진척중이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법원에서 계약 이행 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매각이 불발된 사유가 한쪽의 일방적 변심 때문이라면 강제 이행 명령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죠.

이에 대해 "소송이 2~3년은 갈 것"이란 의견과 "예상보다 빨리 끝날 수도 있을 것"이란 의견이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한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계약서에 어떤 내용이 얼마나 자세하게 담겨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홍 회장의 성향을 볼 때 이번 소송은 최소 2년, 길게는 3년도 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계약서 내용에 비춰볼 때 홍 회장의 주장이 너무 억지라고 판단될 경우엔 법원이 예상보다 빨리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중요한 건 이 계약서의 당사자들, 당시 자문을 맡았던 김앤장의 일부 변호사만 실제 내용을 알고 있을 뿐, 대중에는 계약서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수많은 예측이 쏟아지는 것이죠. 결국 관건은 재판입니다. 소장을 통해 계약서의 상세 내용이 드러날 테죠. 그럼 과연 사려다 못 산 사람, 더 비싸게 팔고 싶은 사람, 중간에서 자문을 맡았다가 욕을 먹고 있는 사람 중 과연 누가 제일 억울한 건지 진실이 밝혀질 겁니다. 아, 그리고 화우(한앤컴퍼니측)와 LKB앤파트너스(홍 회장측) 중 누가 승소할 지도 관전 포인트가 되겠죠. 자, 이제 판은 벌어졌고 진실은 곧 수면 위로 떠오를 겁니다. 두둥.

2, "공격이 최고의 방어" 달라진 GS의 행보

신세계다 삼성이다, 말도 많았던 휴젤 인수전의 최후 승자는 GS였습니다. M&A업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죠. "GS가 왜 보톡스 업체를 사겠냐", "진짜로 인수할 줄 몰랐다" 같은 반응도 당연시 여겨졌습니다. 특히 그동안 '방어'에 가깝던 GS의 행보가 조 단위 '빅딜'을 성사시킬 만큼 '공격'으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죠.

하지만 GS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김채연 기자의 막전막후 기사에 따르면 이미 1년여 전부터 GS는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마땅한 매물이 없어 고민하던 중 올 초 휴젤이 등장한 겁니다. GS가 고민하던 바이오 사업이면서 해외 진출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전폭적으로 지원했다고 하네요.

GS의 행보를 보면서 느낀 점은 여전히 바이오는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것, 보수적인 조직으로 유명한 GS까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올 만큼 지금 M&A가 호황이라는 점, 플레이어가 많아질수록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달라진 GS의 다음 행보도 궁금해집니다.

3. 대경오앤티 등 ESG 관련업체 '인기'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이젠 '대세'로 굳어진 것 같습니다. 기업들의 경영 전략에서도, M&A 매물의 특장점을 설명할 때도,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때도 ESG가 새로운 기준으로 등장했죠. 그래서인지 ESG 관련 기업을 사고 파는 움직임도 빨라졌습니다.

최근 바이오디젤 기업인 대경오앤티가 본격적으로 매각 작업을 시작했다는 김채연 기자의 기사가 대표적입니다. 대경오앤티의 최대주주인 스틱인베스트먼트와 매각주관사인 BoA메릴린치가 이번주부터 매각을 위한 티저레터를 발송키로 했습니다. 연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하네요.

대경오앤티가 공급하는 바이오디젤 원료는 친환경 에너지원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무려 50%에 달한다고 하니 향후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 비율이 높아지면 실적도 덩달아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또 국내 종합 환경플랫폼 환경에너지솔루션이 수처리 케미칼 자회사 EPN워터를 글로벌 수처리 업체 에코랩에 매각한 것도, 전기차 충전 솔루션 기업 에바가 5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도 다 ESG 트렌드를 보여줍니다. "전문 영역을 제외하고 웬만한 딜 티저레터에서 ESG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ESG가 '대세'이긴 한가 봅니다.

4. 초록마을, 오케이미트 등 경영권 매각한다

뭐니뭐니 해도 머니, 아니 먹는 게 최고죠. 경기가 좋든 나쁘든, 코로나19로 팬데믹 시대가 오든 말든, 모든 생명체는 먹고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식품 분야가 가장 안정적인 투자처이자 '현금 주머니'처럼 여겨지는 게 사실입니다. 뭐, 실제로는 제조업체냐 유통업체냐, 품목이 뭐냐, 계절을 타냐 등에 따라 성패가 확연하게 갈리긴 합니다만, 식품 관련업체에 투자했다가 크게 낭패를 봤다는 사례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습니다(남양유업은 일단 유보).

최근 M&A 시장에 나온 식품 업체들도 여럿 됩니다. 소고기 수입 유통사인 오케이미트는 지분 100%를 매각하기 위해 일부 원매자들과 협상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차준호 기자의 이 기사에 따르면, 팬데믹이 발발한 지난해에도 오케이미트는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가격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고 하네요. 지난해엔 아무래도 딜 자체가 전무하다시피 했죠. 이 회사는 주로 호주와 미국에서 소고기를 수입해 국내 유통업체 및 도매상에 판매를 한다고 합니다. 최근 대형마트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사람도 늘어나는 등 분위기가 좋아졌으니 이번엔 매각에 성공할지 주목됩니다.

'로봇 바리스타'를 개발한 커피 프랜차이즈 '커피에반하다'가 투자자 유치에 나선 것도 최근 좋아진 식음료 업계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지난해라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올해는 M&A 시장에 훈풍이 부는 데다 로봇 바리스타를 접목시킨 무인 카페가 비대면 시대 트렌드에 딱 맞아떨어진다는 점 등이 부각될 수 있겠죠. 또 대상홀딩스가 친환경 신선식품 업체인 초록마을의 지분 매각에 나섰다고 하니 앞으로도 '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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