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의 지난달 거래량은 이전보다 확연히 개선됐다.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의 11월 총거래량은 1025억 7300만 달러로 9월(약 493억 8076만 달러)보다 108% 증가했다. 빗썸의 지난달 총거래량은 같은 기간 295% 늘어난 264억 8456만 달러, 코인원은 60% 증가한 16억 4504만 달러를 기록했다. 코빗과 고팍스의 거래량도 각각 160%, 4%씩 성장했다.
자연스럽게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거래소는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가 주요 수익원이라 가격과 거래량이 실적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올 9월 2만 5160달러였던 BTC 가격은 이달 들어 75.6% 오른 4만 4180달러를 찍었다. 지난해 테라·루나 사태 이후 최고치다. 두나무 관계자는 “10월 이후 가상자산 시세 회복으로 지난해보다 거래량이 많아진 것은 맞다”고 귀띔했다. 빗썸 관계자도 “이런 추세라면 거래소 실적은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거래소들은 앞서 3분기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표를 발표한 바 있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3분기 매출은 19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39.6%나 줄어든 1018억 원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빗썸을 운영하는 빗썸코리아의 3분기 매출은 약 325억 원으로 전년 대비 53.5% 하락했고 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코인원의 3분기 매출액도 같은 기간 51% 감소한 37억 원이다. 실적 부진의 배경은 지난해 테라·루나 및 FTX 파산 사태로 인한 가상자산 시장 침체다. 두나무 관계자는 “올 3분기는 전체적인 경기 침체와 유동성 저하, 금리 인상에 대한 피로도가 누적된 여파도 컸다”고 설명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만큼 내년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업계는 내년 BTC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과 BTC 반감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투자심리가 크게 호전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블랙록·피델리티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BTC 현물 ETF는 내년 1월 승인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ETF 분석가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심사 중인 모든 BTC 현물 ETF가 1월 10일 동시에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1월 10일은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가 신청한 BTC 현물 ETF의 승인 심사 마감일이다. 빗썸 관계자는 “내년에는 금리 인하 등 대외 환경이 더 좋아지지 않겠느냐”며 “BTC 현물 ETF 승인, 반감기 효과 등으로 활기가 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빗썸과 코빗은 당장의 실적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 투자자들을 붙잡고 업비트의 독주를 막기 위해 올 10월 거래 수수료를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주요 수익원을 포기하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활황기에 앞서 투자자 유인책을 갖춰둔다는 취지이기도 하다. 다만 점유율 변동은 아직까지 미미하다. 수수료를 영원히 안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빗썸 측은 “향후 수수료를 재도입할 때 경쟁력 있는 수수료율을 책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빗 관계자도 “수수료 무료 정책을 언제 끝낼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며 “정책 시행 이후 만 2개월이 되지 않아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가상자산의 봄을 준비하는 중이다. 빗썸은 최근 자회사 3곳의 폐업 절차를 밟고 거래소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기로 했다. 가상자산 시장 활황을 대비해 투자자 모집에 전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코빗과 코인원도 시스템 고도화, 보안 강화를 통해 신규 투자자 유입에 주력하고 있다. 시장 1위인 두나무는 다소 여유가 있는 편이다. 거래소 사업 외에도 대체불가토큰(NFT) 등 신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와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 ‘레벨스’의 웹3 사업에 관심이 쏠린다. 두나무 관계자는 “지난해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시장 침체기) 때부터 서비스 고도화에 매진했다”며 “앞으로 새로운 서비스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