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전 11시 30분 오픈씨 기준 아즈키 NFT 바닥가는 7.419ETH를 기록했다. 최고가에 팔린 아즈키 9605가 420.7ETH라는 점을 감안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 달 출시된 아즈키의 새로운 콜렉션 아즈키 엘리멘탈 NFT에서 비롯됐다. 총 2만 개가 발행됐고, 이중 1만 개는 지난달 라스베거스에서 열린 ‘팔로우 더 래빗(Follow the Rabbit)’ 행사 참가자들에게 에어드롭됐다. 나머지 1만 개는 민팅을 시작한 지 약 15분 만에 모두 팔렸다. 이를 통해 발행사 치루랩스는 약 3800만 달러어치(약 495억 원) ETH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막상 리빌(Reveal)이 되고나서 보니 기존 아즈키 NFT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었다. 리빌은 민팅 당시에는 어떤 NFT가 발행됐는지 공개하지 않고, 나중에 공개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홀더들 사이에서는 자가복제에 가까운 아즈키 엘리멘탈 NFT 출시로 기존 아즈키 NFT의 희소성이 희석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실망매물이 쏟아지면서 아즈키 엘리멘탈 NFT와 아즈키 NFT의 가격이 함께 떨어졌다.
아즈키 다오(DAO, 탈중앙화자율조직)은 치루랩스에게 아즈키 엘리멘탈 NFT의 환불을 요구하며 민팅비 2만 ETH를 돌려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치루랩스가 홀더들에게 약속한 바를 지키지 않았으니 낸 돈을 되돌려 받겠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커뮤니티가 NFT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가 주가가 기대 수준에 못 미친다고 산 가격에 환불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테슬라의 차량 인도량이 시장 예상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테슬라 주주들이 주식을 산 가격에 되팔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NFT를 물건으로 분류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리빌이 되지 않은 NFT는 랜덤박스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는 랜덤박스 안에 어떤 상품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채로 구매한다. 랜덤박스는 ‘럭키백’이라고도 불린다. 상자에 상품이 무작위로 들어가 있는데, 좋은 상품이 들어있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럼 막상 상자를 열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환불이 가능할까. 국내에선 랜덤박스도 환불이 가능하다고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제품을 훼손하지 않고 박스만 열었다면 환불·반품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면 리빌이 되지 않은 NFT는 어디에 속하는 걸까.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NFT가 지급결제 또는 투자 목적으로 사용되면 가상자산에 포함해 규제를 해야 한다고 봤다. NFT는 종류와 쓰임새가 다양하기에 특성에 따라 분류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아직 규제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번 아즈키 사태를 통해 NFT를 매입하는 행위는 ‘투자’인지 ‘소비’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