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블록체인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 대표의 넋두리 속에서 4년차에 접어들고 있는 부산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의 인지도에 경고등이 켜졌음을 느낄 수 있다.
현재 물류와 관광,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증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부산을 블록체인 도시로 알고 있는 기업은 기대에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상공회의소는 13일, 전국 블록체인 기업 465개사를 대상으로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에 대한 기업 인식 조사' 자료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의 절반에 가까운 48.2%가 부산이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또한 이름만 들어본 적 있다는 응답비중도 21.1%에 달해 부산블록체인특구에 대한 인지도는 사실상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나마 이런 낮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부산에서의 사업 추진에 대해선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사업추진 의향이 있다는 기업이 21.7%였으며, 인센티브가 보장된다면 사업 추진을 고려할 수 있다는 기업도 38.6%로 나타났다. 반면 전혀 의향이 없다는 기업도 전체 응답비중의 39.8%를 차지했다.
전반적으로 부산에서 사업추진에 대한 긍정비중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의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실제 수도권과 부산블록체인특구에 대한 비교에서 부산은 대부분의 분야에서 미흡하거나 별다른 장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서는 54.8%가 미흡하다고 했고, 43.4%도 별다른 장점이 없다고 하였다. 인재풀이나 기술 및 정보 접근성에서도 각각 53.6%가 미흡하다고 응답했으며, 규제자유특구임에도 불구하고 투자환경과 산업생태계 부분조차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블록체인산업진흥원'과'디지털자산거래소'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었다.
블록체인산업진흥원에 대해서는 84.9%가 기업지원이나 특구의 시너지 확대 및 산업 안정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부산에서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과 관련해서도 86.1%가 자금 확보나 특구 인센티브 확대, 가상자산의 신뢰성 확보, 금융 산업과의 시너지 등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루나사태 등 최근 투자 변동성 문제로 이슈가 된 가상자산에 대해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위해 중요한 요소라 응답한 기업이 66.3%였다. 또한 가상자산의 역할에 대해선 48.2%가 사업 핵심수단으로 보고 있었고, 26.5%는 생태계 참여 확대 수단으로 보고 있어 특구 내 가상자산 사업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한편 부산을 비롯한 국내 블록체인산업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규제였다. 실증사업 대부분이 규제에 막혀 좌초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사에서 관련 기업들이 최우선으로 꼽은 지원이 규제철폐로 나타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산상의 기업동향분석센터 관계자는"블록체인산업은 이제 시작단계인 만큼 규제특구답게 다양한 모험과 시도를 통해 산업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규제의 장벽을 과감하게 낮춰줘야 한다"면서, "부산블록체인특구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존 실증사업의 틀을 벗어나 국내 관련 기업의 집적화를 통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