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업계에 따르면 한때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 상위권에 머물렀던 UST와 LUNA가 순식간에 폭락하면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불신이 전방위적으로 퍼지고 있다. UST는 LUNA와 연동해 알고리즘으로 1달러 가치를 유지하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다. 담보 자산 없이 암호화폐를 활용해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시도였지만 실패했다. 한때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권에 머물렀던 암호화폐가 빠른 시간에 무너지면서 전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
스테이블코인 시총 1위인 테더(USDT)가 큰 타격을 입었다. 이날 코인마켓캡 기준 USDT의 시총은 약 730억 달러(92조 6151억 원)를 기록했다. 11일 약 830억 달러(약 105조 2855억 원)에서 불과 2주 만에 시총이 100억 달러(약 12조 6870억 원) 이상 급감했다. USDT는 테더 재단이 보유한 지급준비금 가치만큼 발행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인 UST와 달리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이지만 시장 불안감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테더가 USDT 발행량만큼 지급준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불신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달러로 대규모 상환을 요구한 것이다. USDT 시총이 급격히 줄어든 배경이다.
이처럼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모든 스테이블코인이 불안감에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날 기준 USD코인(USDC)은 안정적으로 1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USDT도 0.9989달러로 1달러에 근접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바이낸스USD(BUSD)는 0.9991달러, 다이(DAI)는 1달러를 기록했다.
스테이블코인이 각기 다른 방법으로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를 스테이블코인 시장 전체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예준녕 디스프레드 대표는 “USDC와 USDT처럼 특정 기관이 보장해주지 않고 알고리즘으로 동작하는 스테이블코인은 아직 실험 단계에 있다”면서 “테라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가능성과 한계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진단했다. 예 대표는 “테라폼랩스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적절한 위험 관리가 수반된다면 향후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도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테이블코인이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국경을 넘어 차익 거래를 하는 트레이더는 블록체인 상에서 작동하는 달러의 필요성을 항상 느낀다”며 “전통 금융권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망은 다소 느리고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법정화폐 입출금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다양한 거래소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환전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업비트·빗썸처럼 중앙화된 거래소는 물론이고 탈중앙화거래소에서도 손쉽게 거래할 수 있다. 정 센터장은 “블록체인 편의성과 달러의 가격 안정성을 합친 것이 스테이블코인”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은 많은 사람이 코인 시장을 꺼리는 이유인 가격 변동성을 해결하고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