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은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금융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같은 안전자산을 담보로 하여 안정적 가치를 보장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를 말한다.
연준은 지난 9일(현지시간) 발간한 금융 안정성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은 구조적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대규모 인출 사태가 발생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매년 5월과 11월 금융 안정성 보고서를 발간하다. 보고서는 미국 금융 시스템이 가진 취약성을 분석하고 금융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단기적인 위험 요인들을 평가한다.
연준은 이번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자금조달 부문에서 잠재적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유동성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기준 스테이블코인 종합 시가총액이 1800억 달러를 넘어섰다는 점, 전체 시장의 80%가 대형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USDT), USD코인(USDC), 바이낸스USD(BUSD) 세 곳에 집중돼 있다는 점 등도 거론했다.
보고서는 "국내 은행의 경우, 대량 유동 자산 보유와 단기 도매 자금에 대한 제한적 의존도로 인해 자금조달 리스크가 낮은 수준이지만, 일부 초단기금융상품(MMF)과 스테이블코인은 구조적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손쉽게 대규모 인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이 일반적으로 달러로의 상환을 목표하고 있지만, 압박 상황에서 가치나 유동성을 잃을 수 있는 자산을 담보로 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이 MMF와 비슷한 상환 위험에 부딪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험 담보 자산과 유동성에 대한 투명성 부족은 이같은 취약성을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른 암호화폐의 레버지리 거래에서 증거금으로 이용이 증가한다면 스테이블코인 수요 변동성과 상환 리스크는 더욱 증폭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의 시장 설문조사에서도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금융 안정성 우려가 확인됐다.
뉴욕 연준이 올해 1월 말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증권 중개인, 투자펀드, 연구·자문기관, 대학 등 22곳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 20%가 암호화폐·스테이블코인을 향후 12~18개월 가장 우려되는 위험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다만, 암호화폐·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우려 수준은 지난 해에 비해 한층 낮아졌다. 지난 가을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약 30%가 암호화폐·스테이블코인을 위험 요소로 지목하여 전체 13개 항목 중 5위에 올랐었다. 이번 설문에서는 14개 항목 중 12위에 자리했다.
이번 봄 설문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순위 위험 요소로 떠올랐다. 응답자 80%가 러우 전쟁 위기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지난 가을 설문에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던 '지속적인 인플레이션·통화긴축'을 밀어냈다.
연준은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미국과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매우 불확실하다"며 "이미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던 인플레이션에 추가 압력을 일으키고 경제 활동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