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조가 9일 전면파업을 단행하며 한국GM 부평공장 생산 설비가 멈췄다. 사진=연합뉴스
한국GM과 르노삼성이 노동조합 파업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노조 파업의 덫'에 빠져 추가적인 경쟁력 손실이 우려된다.
9일 한국GM 노조는 인천 부평공장을 봉쇄하고 파업에 들어갔다. 2002년 창업 후 첫 전면파업이다. 노조는 서문을 제외한 부평공장의 모든 문을 막고 한국GM 임직원들의 출입을 막아섰다. 서문 역시 노조 간부들이 배치돼 공사업체, 비노조원 등의 신분을 확인하며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기본급 12만3526원(5.65%) 정액 인상, 1인당 1650만원 규모의 성과급·격려금 지급, 지난해 축소했던 복리후생 복구 등의 요구를 사측이 수용하지 않아 파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번 파업은 오는 11일까지로 예정됐다.
이에 대해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회사가 이해관계자들과의 약속을 이행했듯이 노조도 단협상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협상 약속은 ‘임금 인상과 성과급은 회사의 수익성 회복에 따라 결정되며, 전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상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해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고 내년 흑자전환을 이룬 후에나 임금 인상과 성과급 지급을 논의하기로 노사가 이미 합의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난 5년간 4조4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낸 만큼 완벽한 체질개선에 성공하기 전까지 임금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도 담겼다.
GM이 부평공장에서 생산되는 트랙스 물량을 다른 국가 공장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줄리언 블리셋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달 방한해 노조와 만나 “계속된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해외로 물량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경고를 무시하고 전면파업에 들어간 이상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예상할 수 있다. GM은 글로벌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중이다. 가동을 멈춘 한국GM 부평공장에 노조의 대자보가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해 카젬 한국GM 사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계획을 이행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노조와 협력하고 싶다"며 노조 불화가 지속되면 한국GM의 차량 생산 계획이 변경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GM은 창원공장을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일한 우려가 현실화돼 구조조정에 착수한 기업도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오는 27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400명 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희망퇴직 신청자는 내달 31일을 기준으로 퇴사하게 된다.
구조조정의 원인은 노조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지적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임단협을 1년 넘게 끌어 올해 6월에야 합의했다. 그 사이 약 70차례, 250시간의 부분·전면파업을 했고 회사에 2800억원 이상의 손해를 입혔다.
이에 르노 본사는 르노삼성에서 생산하던 닛산 로그 물량을 연 10만대에서 6만대로 줄였다. 로그 후속차종 배정은 미뤄졌고 르노삼성에 배정될 것이 유력했던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의 유럽 수출물량은 제3의 공장에서 생산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신차 배정 없이 닛산 로그 수탁계약이 종료되면 르노삼성의 자동차 생산대수는 반토막이 나게 된다. 지난해 부산공장 자동차 생산대수는 21만5680대로, 닛산 로그가 절반인 10만7251대를 차지했다. 현재까지 르노삼성에 확정된 신차는 내수용 XM3 뿐으로, 로그 생산량을 대체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추가적인 구조조정 전망도 나오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신형 SUV XM3.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르노삼성 노조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력히 저항할 것”이라고 구조조정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올해 임단협 준비과정에서는 기본급 15만3335원(8%) 인상을 골자로 한 요구안도 제시했다.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노조가 지난해 거듭된 경고에도 파업에 나서며 작금의 상황을 초래한 만큼 그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을 하면 임금을 올려주던 시대는 끝났다"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 축소로 경쟁력 없는 기업은 도태가 불가피하다. 노조도 각자 회사가 처한 상황과 시장논리를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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