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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총리가 '중심' 잡아야…이념 갇히지 말고 과감히 규제개혁 나서라"

입력: 2018- 11- 10- 오전 02:43
"부총리가 '중심' 잡아야…이념 갇히지 말고 과감히 규제개혁 나서라"

“지금의 정책기조를 계속 이어간다면 사람을 바꾸는 게 의미가 없습니다.”(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전직 경제장관들은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에 기존 경제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주문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장관을 지낸 인사는 물론,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장관을 맡았던 인사들의 당부는 한결같았다. 대부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경제지표를 악화시킨 점을 지적하며 인적 쇄신에 이은 정책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단기 경기부양책 대신 노동개혁, 규제완화 등 구조개혁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서는 청와대의 간섭은 최소화하고 경제부총리에게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사람뿐 아니라 정책을 바꿔야”

전직 장관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추진해 온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재고할 것을 주문했다. 윤증현 전 장관은 “이번에는 정말 경제정책 기조를 현행대로 가져갈 것인지, 궤도수정을 할 것인지 여부를 새로 들어온 경제팀이 명확히 밝혀줘야 한다”며 “어떤 정책도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친시장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이념 탈피’를 주문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더라도 그 내용은 실사구시로 채워야 한다”며 “이념에 사로잡히지 말고 친시장·친기업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임금 주도가 아닌 고용 확대를 위한 소득주도성장을 제안했다. 신 전 위원장은 “임금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고용의 폭을 넓혀서 소득 확대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며 “시장을 왜곡할 우려가 있는 가격 변수는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과감한 구조개혁 펼쳐라”

전직 장관들은 노동조합이나 이익단체에 휘둘리지 말고 과감히 구조개혁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박 전 총재는 “노동개혁은 오히려 진보정부에서 해야 힘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형일자리는 어려움에 빠진 자동차업계가 살아보려 몸부림을 치는 것이기도 한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고임금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마저도 반대하고 있다”며 “정부가 민주노총 주장에 휘둘리지 말고 의연하게 이끌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단기 경기부양책은 지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대기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공공기관 단기 일자리 창출 같은 정책은 길게 봐야 몇 달밖에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며 “근시안적으로 보지 말고 근본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경제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정부가 그동안 너무 복지정책에 치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수가 좋다고 해서 마구잡이식으로 복지를 늘려서는 안된다”며 “새 부총리는 재정 건전성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완화에 대한 주문도 잇따랐다. 신 전 위원장은 “제조업에 더해 관광 의료 등 서비스업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데 규제로 꽉 막혀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며 “과감히 규제를 풀어서 서비스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 간섭은 최소화해야”

전직 장관들은 신임 경제부총리가 경제 컨트롤타워를 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전 수석은 “문재인 정부 들어 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 경제수석과의 관계가 정말 문제였다”며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비대해지고 영향력이 커진 청와대가 상왕처럼 군림하다 보니 부총리 영이 서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윤철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부총리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끌고 갈 수 없다”며 “정책 결정을 할 때는 청와대와 내각이 서로 의논하더라도, 발표하고 국민을 설득해서 추진하는 것은 내각이 총대를 메야 한다”고 말했다.

신 전 위원장은 부총리와 청와대 핵심 참모와의 불협화음을 최소화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부총리와 정책실장, 경제수석은 한몸처럼 가야 한다”며 “거의 매일같이 비공개회의를 통해 만나면서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도원/서민준/성수영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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