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복지정책을 확대하는 가운데 중앙정부는 지자체에 돈과 권한을 대폭 넘길 계획이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결과적으로 지자체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빠져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재정분권 추진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현행 8 대 2에서 2022년까지 7 대 3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지방세 비율이 늘어난 만큼 지방의 재정 권한도 크게 늘어난다. ‘중앙권한 지방 이양 및 재정분권 추진’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다.
정부는 당장 내년부터 세율 조정에 나선다. 대표적으로 지방소비세율(국세인 부가가치세수 중 지방에 배분되는 비율)을 올린다. 현행 지방소비세율이 11%에서 2020년 21%로 늘어난다. 우선 내년에 15%로 올린 뒤 2020년엔 현행 11%의 두 배 수준인 21%까지 상향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지방세는 내년엔 3조3000억원, 2020년 5조1000억원 늘어난다. 지자체 호주머니로 향후 2년간 총 8조4000억원의 재원이 추가로 들어가게 된다. 소방안전교부세율도 현행 20%에서 45%로 높여 8000억여원을 추가로 지방에 넘긴다.
문제는 정부가 지방에 이양되는 책임과 권한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채 돈부터 늘리겠다고 나선 점이다. 기능 분담에 대해선 불명확하게 놔둔 채 지방세부터 확대하는 것에 정부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구체적인 이양 기능과 사업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지자체의 포퓰리즘을 감시할 만한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지방 살림은 점점 커지는 구조인데 사실상 견제 장치가 없어 ‘방만 재정’이 우려되고 있다. 감사원 등 중앙정부가 모든 지자체를 감시하기엔 한계가 있다. 지방의회도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있어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데 주저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일부 지자체는 정부의 재정분권 방안이 지방 불균형을 더 깊어지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소비세를 늘리면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 등 수도권 광역지자체는 혜택을 보는 반면 경상북도, 전라남도, 전라북도 등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재정이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방소비세가 늘어난 만큼 내국세 총액이 감소하면서 지방교부세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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