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발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세계 2위 경제국의 성장 둔화 속에 물가 지표가 가라앉자 지난 2012~2016년 지구촌 경제를 강타했던 디플레이션이 또 한 차례 실물경기를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위안화 [출처=블룸버그] |
12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연율 기준 1.9% 상승해 6개월래 최저치로 밀린 데 이어 생산자물가 역시 0.9%로 2년래 최저치를 기록한 데 따른 반응이다.
중국의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크게 상승했고, 이는 기업 이익에 흠집을 내는 한편 눈덩이 부채 상환에 복병으로 작용해 신용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 월가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물가 지표의 악화는 공장 주문을 포함한 제조업 데이터와 소매 판매 및 수출 등 중국의 굵직한 매크로 지표의 하강에 이어 나타난 현상이다.
실물경기의 한파를 진정시키기 위해 중국 정부는 은행권 유동성 공급과 인프라 투자 확대, 민간 기업과 소비자 지원 등 다각도로 해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꺼지는 경기 사이클을 회복시키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노무라의 팅 루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의 폭탄 관세와 성장 둔화에 저항력을 보인 중국 기업들이 물가 하락에 크게 휘청거릴 전망”이라며 “기업 이익이 상당 기간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제조업계 이익이 약 3년만에 처음으로 감소, 실물경기가 꺾이는 상황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블룸버그는 국내 수요 부진이 중국 인플레이션과 기업 수익성을 크게 압박하고 있고, 투자 저하로 이어질 여지가 높다고 판단했다.
디플레이션 리스크는 앞으로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중국 초상증권과 노무라 등 투자은행(IB) 업계는 올해 생산자물가가 하락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국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정책자들 사이에도 제기됐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전날 보스톤에서 가진 한 연설에서 “이번 경기 악화는 중국의 부채가 눈덩이로 불어난 가운데 발생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예상보다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호주뉴질랜드은행의 레이몬드 융 이코노미스트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공급자 측면의 디플레이션 압박이 이어질 경우 중국 정부가 공격적인 부양책을 단행할 것”이라며 “지난 2012~2016년과 흡사한 디플레이션을 피하려면 고강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월가는 중국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예상치인 6.6%에서 올해 6.2%로 떨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실제 성장률이 공식 수치의 절반 이하일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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