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한국 수출에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금융위기 직후 한국 수출은 매달 두 자릿수 감소율을 나타내는 등 크게 위축됐다.
한국은행은 8일 이 같은 내용의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한은의 통화신용정책 여건과 운용 방향이 담겨 있다. 한은은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된 올해 5월 들어 한국의 수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2015년 수출 물량을 100으로 놓고 수출 물량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산출한 지표인 수출물량지수는 5월 -3.3%(전년 동월 대비), 6월 -7.3%로 나타났다. 한은은 “5월 들어 글로벌 경기·교역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고 수출 물량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정보기술(IT)기업의 설비투자가 위축되면서 반도체 가격이 타격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를 타면서 글로벌 IT기업들도 반도체를 새로 사들이기보다 재고 물량을 꺼내 쓰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또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타격받고 있는 한국 수출시장의 흐름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비슷하다고 봤다.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러더스 파산’(2008년 9월) 이후 한국 수출 물량은 급감했다. 그해 9월을 시작으로 2009년 6월까지 매달 두 자릿수 수준의 감소율을 이어갔다.
한은은 미국 경기의 불확실성도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투자은행들의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 표준편차가 0.1%포인트 올라가면 한국 수출 물량은 2.3%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했다. 성장률 전망 표준편차가 상승한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를 가늠하기 어렵고 경제 불확실성도 커졌다는 뜻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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